전가구 디자이너 그룹 Mobel+, 5인5색 개성표현 첫 전시
보기에는 명쾌하게 구분되는데 물리적으로는 갈라놓을 수가 없다. 자세히 보면 각자 다리가 두 개뿐이다. 떼어놓는 순간 비틀거릴 것이다. 김정현 가구 디자이너는 이 테이블에 'Lean on(기대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작품은 김정현 디자이너가 속한 그룹 'Mobel+'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 같다. Mobel+는 함께 가구학교를 다니고 작업장을 나눠 쓰는 인연으로 이어진 5명의 가구 디자이너들이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지만 공통의 지향이 있고, 서로 협력하거나 논의한 바는 다시 각자의 작품에 스민다.
이름부터 그렇다. 'Mobel'은 독일어로 '가구', 여기에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의 색을 더한다는 뜻으로 '+'를 붙였다. 그야말로 '따로 또 같이'다.
이들이 2월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키미아트에서 첫 전시 <가구의 기억-느리고 어눌하고 오래...>를 열고 있다. 각각의 작품도 흥미롭지만 전시를 관통하는 수제 목재가구에 대한 철학이 인상적이다.
나뭇결은 나무 종류와 원산지, 나이와 성장환경에 따라 다르다. 디자인은 그 역사를 살려내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디자이너들은 붉은 참나무와 물푸레나무, 호두나무를 선호한다. 나무들의 든든하고 강직한 속내가 Mobel+ 가구의 바탕이다.
"가구를 만들수록 저에 대해 알게 돼요. 이번에 전시한 테이블도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공격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거든요.(웃음) 점잖으면서도 특유의 존재감이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강태영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Mobel+의 가구에서는 치장하려는 욕망보다 조화로운 가운데 우뚝하려는 욕망이 보인다. 이는 작업장을 차린 지 2년째인 이들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갈고 닦아 온 디자인 원칙이기도 하다.
<가구의 기억> 전에서도 전시 공간과 디자이너 간 조응을 찾아볼 수 있다. 집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의 각 '방'의 특성이 녹아 있는 작품도 있다.
새의 다리를 본뜬 철재 지지대가 윤기 도는 거무스름한 호두나무 상판을 받치고 선 신철민 디자이너의 'Crow(까마귀)'도 크고 어둑한 방 분위기에서 떠오른 작품이다.
강태영 디자이너는 완벽한 휴식을 형상화한 침대 'Quiet(고요)'를, 전형민 디자이너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는 책장 'The Waves(파도)'를 선보였다. 보기 좋을 뿐 아니라 그들과 어울려 빚어질 삶의 모습까지 짐작 가는 가구들이다.
최윤필 디자이너의 나즈막한 테이블 '섬 An Isle of'은 일본 야쿠시마섬의 감흥을 들려준다. 애니메이션 영화 <월령공주>의 배경인 야쿠시마섬은 태고의 정경을 간직하고 있다. 최윤필 디자이너가 기억하는 그곳의 인상이 '섬'에 담겼다. "다리와 상판을 결합시키지 않고 홈을 만들어 쌓는 방식을 택했어요. 그게 시간이 쌓이는 모습인 것 같아서요." 위에서 보면 시간의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 같다.
Mobel+ 디자이너들은 종종 자신이 만들어 판 가구의 안부를 확인한다. 이유가 있다. "원목가구는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서 계절이 변할 때 형태가 뒤틀리기도 하거든요." 염려도 많다. 하지만 그건 오래 더불어 살 가구를 만드는 이들의 책임감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전시는 3월 15일까지 열린다. 02-394-6411.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