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god knows'
누구나 한 번쯤은 읊조려봤을 진부한 사랑의 문구들. 'I love you with all my heart', 'You belong to me, I belong to you' 등의 텍스트로 대표되는 흔해빠진 사랑 표현들.

작가는 그 안에서 도시 속의 네온사인을 연상해낸다. 끊임없이 빛을 발하면서도, 그 이면에 공허함과 쓸쓸함이 짙게 배인 초라함을. 표현할 길 없는 버거운 마음이 '고작' 내뱉어버리는 상투적인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 될 때, 우리는 모두 네온사인처럼 쓸쓸해진다.

이번에 전시할 'Aporia' 시리즈는 롤랑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사랑에 빠진 이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되고, 진부한 사랑의 표현들을 끝없이 소비하면서 결국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공허하게 되풀이되는 사랑의 언어들 이면의 공허함과 쓸쓸함을 보게 된 작가는 황량한 공간 속에 직접 사랑의 텍스트를 설치해 나간다. 진부한 사랑의 문구들이 적막하고 황량한 공간과 만나는 통렬한 아름다움의 순간을 표현함으로써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어떤 논리와 철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사랑의 딜레마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아포리아(Aporia)는 그리스어로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라는 뜻으로, 이러한 사랑의 외침이야말로 '사랑'이라는 막다른 길을 가리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만의 사랑의 단상에 잠기는, 짧고 강렬한 여행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0여 점의 사진 이미지와 비디오, 네온 설치 작업들을 선보인다.

2월 17일부터 3월 17일까지. 원앤제이. 02)745-164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