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정원에 핀 백만 송이의 꽃'
자연적 질료를 오브제로 삼아 작업하는 박경란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 그동안 나무, 돌, 천, 짚, 흙 등을 이용하여 질료가 지닌 물성의 특징을 이미지화해 오던 작가는 이번에도 역시 자연의 숨결로 소통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전의 흙 작업이 주로 평면이었던 데 비해, 이번 작업은 직접 빚고 가마에서 굽는 조형작업을 선보였다. 이는 5년 전, 작가의 근무지에서 학생들에게 도자기 수업을 하게 된 데서 시작된다.

이는 작가 자신에게도 흙을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전에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흙과의 밀착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화가는 일찍이 캔버스를 벗어나, 자연 속의 생동하는 이미지에 집중해왔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예술이 숨어 있었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작가의 임무였으며, 이에 자연은 작가만의 오브제로 부활하여 또 한 번의 꿈을 이뤄갔다. 그러나 이번 오브제들은 그 자체로 다듬어진 완성품이 아닌, 오히려 이미 한차례의 완성 단계를 거친 뒤, 깨어지고 부서져가는 것들이다.

작가는 그 본연의 물성을 자연회귀의 긴 도정에 올려놓고 미완의 기다림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명 '죽어야 산다'는 바로 이러한 의미이며, '꽃의 무덤', '꽃의 부활'을 과 연결시켜 소멸과 생성, 죽음과 삶의 거대한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작품의 형태는 흙으로 빚어낸 꽃이지만, 자체로서의 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월 10일부터 3월 5일까지. 갤러리 세줄. 02)391-917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