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2011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며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한국작가로 거론되고 있는 손소영의 국내 첫 전시가 20년 만에 열린다. 봄의 시작과 함께 국내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한국 고유의 춤인 '강강수월래'를 테마로 한다.

강강수월래는 그림의 소재이자 손소영의 그림을 그리는 행위의 기승전결과 닮아있다. 진양조장단의 가락으로 느릿느릿 원을 그리며 돌다가, 점차 중모리, 중중모리, 마지막에선 자진모리로 바뀌며 흥겨워지는 강강수월래는 집단 무의식 세계로 안내한다.

춤의 행위로 초월, 즉 신의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인디언의 춤처럼 한국의 강강수월래는 외부에서 내부로 파고드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숨어 있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에너지, 기를 모아 한 순간에 화폭에 옮긴다. 그것은 춤사위와 같이 신명 그 자체이며, 작가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의 뛰고 춤추는 들끓음의 에너지로 표현되며, 한순간의 포착이지만 빛의 잔상으로 마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손소영의 그림은 또한 복합적이다. 동양화 고유의 담백함과 순박함이 느껴지는가 하면, 독일 신표현주의에서 보이는 미술과 인간의 연결, 원초적 감정 또한 느낄 수 있다.

마치 동양의 국악과 서양의 헤비메탈이 조화를 이룬 것처럼, 가히 폭발적이면서도 어딘지 절제미가 느껴진다. 독일 화풍에 영향을 받은 동양미의 표현은 이처럼 묘한 매력을 지니며 신선함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강강수월래 작품은 샤머니즘 특유의 환상성을 지니며, 자신이 잊고 있던 본모습을 비춰보게 한다.

장은선 갤러리에서 3월 2일부터 22일까지.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