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다." 작가 신소영은 단호한 선언으로 어른이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신소영의 캔버스에 머무르는 아이들은 작은 어른 같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눌렀던 욕망들을 어른이기를 거부한 작가가 다시 꺼내놓는다.

신소영의 아이들은 통사적인 순수, 순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욕망, 가지고 싶고 억압하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마음들이 곳곳에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다시 어른처럼, 직접적으로 욕망을 표현하지 않는다.

한 여자 아이는 아기 곰의 목줄을 잡고, 다른 여자 아이는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그림 에서, 곰 인형을 안은 아이는 바로 앞에 실재하는 곰을 욕망하지만 실제로 다가가 껴안지 않는다.

다만 곰을 안고 싶은 욕망과, 동물이 상징하는 야생성을 억압해야만 하는 통과 의례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표현하고, 이로서 어른이기를 거부한다.

어린 아이들의 초상만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진 신소영은 이번 전시에서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은 아이들의 얼굴 사진과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를 조합하여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2008년부터 20회 이상의 단체전 경험을 쌓았다. <연속적으로 변해가는 순간들>은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이화익 갤러리. 02)730-781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