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다원예술축제 새로운 형식과 실험적 무대 23편 공개

김황의 '모두를 위한 피자'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공연예술 무대가 펼쳐지는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Bo:m)'이 오는 22일부터 서울에서 개막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페스티벌 봄은 연극, 현대무용, 영화, 미술, 음악, 퍼포먼스 등 현대예술 전 장르의 세계적인 교류를 근간으로 한 축제다. 올 봄에도 새로운 형식과 실험적인 무대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 23편을 공개한다.

포문을 여는 작품은 22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르네 폴레슈 연출의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작품이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명대사를 제목으로 차용한 이 작품은 2002년 독일 최고의 연극인으로 선정된 연출가 폴레슈와 독일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 파비안 힌리히스이 만나면서 국제금융위기의 실체를 보여준다.

파격적인 작품들로 매번 독일 사회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 감독의 회고전도 마련된다. 특히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되는 <독일 3부작>이 상영된다.

이 작품은 20세기 독일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집단적인 자기인식과 역사의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 화제가 됐다. 회고전에서는 이 작품을 포함해 <에고마니아>, <100년 동안의 히틀러>, <독일 전기톱 살인사건> 등 5편이 공개된다.

르네 폴레슈의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다른 나라의 춤 문화에 접근하는 방식을 담은 작품들도 이번에 선보인다. 프랑스의 자비에 르 루와는 <다른 상황의 산물>을 통해 일본의 '부토'라는 춤 형식에 신체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보여준다. 작품은 인터넷, 책, 기억 등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을 취합해 낯선 춤을 해독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 나름의 한 체화 방식을 제시한다.

졸리 응게미와 울라 시클이 함께 작업한 <졸리>에서는 젊은 댄서 졸리 응게미의 춤을 담으면서 오늘날 콩고민주공화국의 젊은 세대가 가진 에너지와 의지, 창조적 잠재력을 그의 신체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반도 상황을 각자의 시선에 담은 작품들이다. 평양 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영화 <모두를 위한 피자>를 비롯해 창덕궁 근처 가정집을 방문한 관객에게 6.25전쟁 이후의 인생을 들려주는 <웃는 소를 기다리며>, 그리고 개념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에서 주문한 옷으로 패션쇼를 여는 <나의 패션쇼>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특히 김황 감독의 <모두를 위한 피자>는 피자라는 아이템을 통해 북한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며, 동시에 북한 내부에 잠재된 문화적 욕구를 증명한다. 김정일 일가만을 위해 존재하는 북한 최초의 피자점과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상대적 허기를 해소하기 위해 김황은 피자 만드는 법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이들에게 배포했다.

이 영화는 이후 약 6개월 동안 북한 주민들로부터 사진과 메모 등 지속적인 피드백을 담아내며, 북한 주민에게 있어 피자 동영상이 가지는 복잡한 함의를 탐구한다. 김황 감독은 후속편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외국 여행 갈 때 짐 싸는 방법' 등도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자비에 르 루와의 '다른 상황의 산물'
한스-페터 리처의 <웃는 소를 기다리며>는 한국전쟁 중 38선을 두고 누나와 이산가족인 된 박잉란(Park Ing Lot), 일명 '비지 버스터(Busy Buster)'가 최근 실종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편 디륵 플라이쉬만의 <나의 패션쇼>는 영상에서 제작된 의상을 패션쇼 형식으로도 선보인다. 그는 이 패션쇼에서 옷뿐만이 아니라 '개성공단'이라는 장소에 담긴 정치적, 사회적 함의들, 특히 언론에 의해 포장된 의미들을 전시하고자 한다.

이밖에도 서울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진행되는 거리 퍼포먼스들도 이번 축제에서 기대되는 작품들이다. 서현석 연출의 <헤테로토피아>는 철공소가 가득한 세운상가 골목길에서 관객과 함께 퍼포먼스를 벌이고, 빌리 도르너 연출의 는 무용수들이 건물의 틈새와 거리의 구석을 비집고 누비며 정체된 도시의 풍경을 박진감 있게 되살려낸다.

이처럼 순식간에 생성되고 사라지는 인간 몸과 도시의 조화는 도시인의 삶의 영역에 대한 인식을 재창조한다.

2007년 국내 최초의 국제다원예술축제를 표방한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에서 이듬해 개명한 페스티벌 봄은 올해도 '새로운 시도와 형식을 발굴, 제작, 전파한다'는 기조를 이어가며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4월 17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국립극단 소극장 판, 서강대 메리홀, 씨네코드 선재, 문래예술공장 등에서 펼쳐진다.

디륵 플라이쉬만의 '나의 패션쇼'

한스-페터 리치의 '웃는 소를 기다리며'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