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 박종빈의 의자와 탁자는 '시끄럽다. 혹은 너무나 고요하다.' 흑연과 크기로 나타낸 작품 자체의 무게감은 꽤나 노골적이고, 아귀가 딱 맞는 탁자는 단단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천방지축으로 놓인 의자들이 그 주인을 짐작케 한다.
의자와 탁자를 이야기 장치로 사용한 작품은 많았다. 그리스도와 제자들의 저녁 식사 장면을 담은 그림 <엠마오의 저녁식사>나, 아버지를 살해한 소년에 대한 판결을 위해 12명의 배심원들이 토론하는 장면을 담은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좋은 예다.
단정하게 놓여있는, 흑연으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오브제들은 관객이 일상생활에서 의자와 탁자를 마주 했을 때 느끼는 긴장감들을 효과적으로 불러일으킨다.
관람객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다가가는 순간 먼지로 뒤덮이는 'Dust room'의 접근 방식도 신선하다. 작가는 'Dust room'을 통해 어디에서든 보이는 먼지가 어느 순간 인간 개개인이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종류의 압력들에 대한 시간과 장소, 정서의 기록으로 읽혀질 수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3월 2일부터 3월 30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02)723-619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