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6공구 #1'
관악산 입구가 터널로 변하는 동안, 공사장 펜스에는 실제 크기와 비슷한 나무 사진이 붙었다.

작가 임수현은 같은 공간 안에서 "실제인 눈 맞은 하얀 나무"와 "실사 이미지인 하얀 벚꽃 나무"를 동시에 보고 겨울과 봄, 현실과 이미지의 대립을 느꼈다. 이질적인 이미지 속에서 "모순으로 가득한 현대"를 발견한 작가는 그 장면을 촬영한다. 'Fence'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됐다.

정방형의 프레임인 핫셀로 촬영한 이미지들은 기다란 펜스의 이미지를 프레임 안으로 한정하여 긴장감을 유도한다. 그러면서 펜스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정면 구도를 택했다.

작가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촬영하는 형식으로도 작업의 주제를 나타내고자 했다. 작업 기한이 길고 공사 규모가 큰 공사장에서 주로 자연의 이미지를 차용해 공사장을 가렸는데, 작가는 "시공사가 도시 속의 경관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가장 도시적인 이미지와 맞물린 자연의 이미지는 도시의 경관을 자연에 가깝게 하기보다, 자연과 도시 산업을 외따로 떨어지게 만든다. 작가는 도시 산업의 상징인 공사장을 자연의 이미지로 가린 것을 두고, 자연을 파괴하여 인간의 편의를 도모하는 건설 산업이 다시 자연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는다.

3월 16일부터 3월 21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 02)734-13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