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달빛 아래, 제 결을 그대로 드러낸 나무가 서 있다. 한정적인 빛을 받아 음영이 두드러진 나무의 이미지들은 웅장하지만 신비롭고, 남성의 이미지이나 한없이 여성스럽다.

사진처럼 또렷한 작품들이 목탄으로 '그려진'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관객이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달의 정기를 받아 움직일 것만 같은 나무들은 작가 이재삼의 화폭 안에서 이리저리 가지를 뻗는다.

온몸으로 달빛을 받아들이는 나무들을 보고 평론가 박영택은 "달의 음기를 자기 내부로 빨아들여 무엇인가를 회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삼 작가는 화폭 가득 식물의 이미지를 쏟아내지만, 사실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식물이라기보다 대상을 어슴푸레하게 비추고 있는 이다. 작품의 제목들이 거진 임을 미루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달은 노르스름하고 따스한 빛으로 대상을 비추지만, 그 빛을 맞고 있는 식물의 이미지는 도리어 차가운 느낌을 준다. 달은 여성의 음기를 상징하는 한 편 선비의 고고함을 대표하기도 하는데, 이런 이중적인 특성이 <달빛을 받다>전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이다"라고 말할 만큼 재료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작가의 재료 '목탄'과 달빛의 이미지가 만나 어떤 '초월적 풍경'을 만들까. 1988년부터 쉼 없이 개인전을 열어온 작가의 무르익은 표현력을 기대해보자.

3월 9일부터 4월 3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 02)725-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