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골'
발랄하고 경쾌한 이미지의 대표 격인 미키마우스와 캔디의 몸이 해체되고, 크리스마스의 정겨운 풍경에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난입한다.

자전적인 경험들을 토대로 작업을 이어왔던 작가 권순영은 이번 전시 <뭇웃음>에서 개인적인 경험에 상상력을 덧붙여 꿈같은 판타지를 만들어 냈다.

환상적인 오브제와 기괴한 풍경의 만남은 크리스마스 밤에 찾아오는 악몽처럼 당혹스럽다. 장지에 먹으로 채색하여 만화 캐릭터를 그린 기법 역시 독특하다.

단순히 기묘한 이미지에만 집착한 작품은 도리어 식상하여 즉각적이고 단순한 반응만을 이끌어낸다. 반면에 권순영의 작품들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만화 캐릭터들을 훼손하면서 보편적인 '폭력과 공포'에 대한 생각을 유도한다.

관객들은 극한의 상황에서조차 웃고 있는 익숙한 캐릭터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고, 신체 절단이 상징하는 절망과 폭력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뭇웃음>은 일곱 번의 단체전과 한 번의 개인전을 치룬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전시 속 작품들이 "수많은 연약한 희생양들을 애도하는 기념비"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 자전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이끌어낸 작가의 역량에 주목해보자.

3월 25일부터 4월 17일. 갤러리 팩토리. 02)733-488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