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수 'Weight']전사물의 이중적 의미, 모순된 존재성 드러내 본질에 다가가

Dream fiend-5c'
우리의 삶은 늘 사회와 관계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의지와 무관하게 사회라는 시간과 공간의 구조 속에 교직된다. 의식(인식)에 바탕한 개인의 정체성도 그런 배경에서 형성된다.

오늘날 그 삶의 주체들은 사회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대개는 '관계'조차 잊고 지내거나 사회의 힘에, 대중의 무리에 밀려 그저 '존재'하는 양상마저 보인다. 그렇게 된 '나'는 사회의 일방적이고 구태한 의식에 지배되기 십상이고, 소통은 부재해 자아를 망각하기도 한다. .

이러한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자아찾기에 천착해 일관된 작업을 해온 한진수 작가가 모처럼 전시를 열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하미술관에서 'Weight(무게)'라는 타이틀로 3월 5일부터 시작한 개인전이다.

전시의 주제의식, 접근 방식의 본체는 한 작가의 색깔이 여전한데 한결 관조적이고, 사유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꾸며졌다. 이전 작품에서 보인 고유한 특징과 메시지가 새 옷을 입고 또 다른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한다.

가령 초기작 <공중-the public, The air>전(2001년)에서 자아와 사회에 대한 개념적 해석을 시도하고, 전(2005년)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투영함으로써 좀 더 실체화하고, 전(2008년)에서 대중과의 예술적 소통을 강조한 것들의 연장에서 설치미술의 본질을 재현하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Wonderland flier'
누구에게나 '현재'의 '나'는 사회 속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 인상이 축적된 모습으로 존재한다. 다시 말해 '나'라는 것은 시대적, 사회적 시스템과 코드에 의해 관계되고 성립된 존재들이다.

한 작가는 그러한 '나'를 사회에 직접 말을 걸거나 시비하고, 또는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투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본질에 대한 회의를 통해, 그리고 사물의 이중성이 함의하는 경계(중간), 이를 바라보는 '나'의 한계와 모순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는 길을 안내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림보(limbo)와 같은 일종의 중간계입니다."

한 작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에 대해 우리의 삶의 형식을 대표한다면서 이 속에서 구현되는 작품 간의 상호연결성이 전체와 하나 간의 경계를 흐리며 중간적 특성을 전시에 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 'Dream fiend 5c' 와 는 그러한 중간계를 잘 보여준다. 모순에 대한 존재론적 상징들을 병치, 모순을 가지지만 이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내포되면서 이러한 존재방식이 한계인지 정의인지를 묻는다. 그것이 잔혹동화의 한 장면처럼 무심하면서도 따뜻하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며, 원더랜드 플라이어의 회전체가 보여주듯 있음(有)과 없음(無)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Young Centaur
'어린 켄타우르스의 방'은 드림핀드와 원더랜드 플라이어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가 기억하는 유년의 기억들이 현재화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다. 그리고 이것에 의해 선택되어진 그리스신화의 반인반수의 켄타우르스는 중간계의 인물이다.

'검은꽃'과 'dark swamp'는 작가의 개별적 경험이 작용했다. 작가는 어릴 적 이상적인 국가로 교육받은 네덜란드와 튤립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교육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검은꽃'은 개성의 시대에 살면서 수동적으로 기계적, 사회적인 이미지에 의해 지배되는 모순을 상징한다.

또한 철로 만 든 꽃으로 '무거움(철)'과 '가벼움(꽃)'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현실과 심상의 무게 의미를 전한다. 'dark swamp' 의 공룡발 역시 교육받은 것이 작가의 정체성이 되어준 모순의 상징이다.

'sky generator'의 포인트는 '거품'이다. 작가가 한강변에 살면서 지켜본 거품은 더러움인 동시에 발전에 대한 의지의 상징이다.

이렇듯 한 작가는 사물이나 인식에 내재한 이중적 의미, 모순된 존립을 드러내 본질에 다가가거나 자아를 성찰하게 한다.

'Dark Swamp'
사실 유(有)와 무(無), 옳고 그름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그 경계를 구분짓기란 쉽지 않다. 그 극한 사이에 더 많은 진실이 존재하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러고 보면 한 작가가 말한 '중간계'란 자기 수양 내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규정하는 보편적 가치일 수 있다.

전시는 4월3일까지 이어진다. 02-395-3222


'검은 꽃'
'Sky generator'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