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환 전관념적 우주 형상에 유희 깃든 100여 점 신작 선보여

검은 하늘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새 한 마리가 위협적으로 날개를 펼친다.

지구에서 '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거대한 우주를 유영하는 수많은 항성들. 거리도 크기도 나이도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별은 지금껏 지구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오고 있다.

그것은 겨울이면 그리스 신화 속 미남 사냥꾼 오리온의 빛나는 허리띠가 되기도 하고 가을에는 아름답고 교만한 여왕 카시오페이아의 바디 라인이 되기도 한다.

오경환 화백은 이 신비한 세계를 화폭에 옮겨왔다. 1969년 TV를 통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본 후 줄곧 천착해온 광활한 우주의 풍경. 화백은 당시 상황을 "처음으로 거울을 만들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았던 인류가 된 기분"이라고 반추한다. 이후 그는 우주를 캔버스에 담아낸 선구적 화가가 되었다.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을 하는 화백은 최근 우주의 풍경에 별자리를 새기듯 생명체를 그려 넣었다. 박쥐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심해의 생물체나 아메바 같은 것도 있다.

무제C acrylic on canvas, 117×80cm, 2010
기존의 관념적인 우주의 형상에 생명체가 들어서면서 유희가 깃들었다. 최근 1년 반 동안 인천 아트플랫폼의 최고령 입주작가로 참여한 화백의 신작으로, <우주의 심연>이란 테마로 OCI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약 100여 점의 대표작이 미술관의 1, 2, 3층을 가득 채웠다.

"그는 보헤미안 같은 작가이다. 우주로 뻗어 간 철학과 낭만의 여행가라고나 할까? 헤아릴 수 없이 멀고 넓어 현실감이 없는 우주, 그래서 더더욱 추상적이고 관념적일 수밖에 없는 우주에 무언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행복 같은 것을 우리는 오경환의 '우주 그림'에서 맛볼 수 있다."(정영목 서울대 미대 교수)

한국 미술사적으로는 '감성보다 이성으로 회화를 받아들인 한국 현대회화사의 첫 세대'인 오 화백은 동국대 교수로 20여 년 간 후학을 양성해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미술원장을 지낸 후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선정한 미술분야 명예교사로 활동하며 소외지역의 청소년미술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우주의 심연> 전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OCI미술관에서 4월 6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에 맞춰 그동안 오 화백이 여행한 남미의 풍경이 드로잉과 글로 엮여 책으로 출간되었다.

전시에 이어 노 작가의 행보는 올해도 쉼이 없다. 그는 후배 작가 6명과 함께 창작 집단을 만들어 연평도와 천안함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우주새, acrylic on canvas, 260×200cm, 201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