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전부드러워진 색면추상과 거친 붓 길로 산세 그린 작품 눈길

최선호 시적 추상 5-5, 캔버스에 유채, 180×180cm, 2011
만년설이 뒤덮인 에베레스트의 풍광이 이다지 아련할까. 그는 아마도 눈발 날리는 산을 한 발 한 발 치열하게 내딛어야 했는지 모른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400m)를 다녀온 후 3년을 묵혔다 그려낸 그림. 신작에선 작가가 당시에 느꼈을 감흥이 은근하게 혹은 생생하게 전해진다.

미니멀한 색면추상 작품을 꾸준히 작업해온 중견 작가 최선호. 에베레스트 등반의 개인적 경험은 작풍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색면추상에서의 색 면의 경계와 색감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런가 하면 거친 붓길로 산세를 그려낸 추상표현주의적 작품도 여럿 눈에 띈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최선호 작가의 19번째 개인전 <詩的 추상>. 작가와 바깥 세계가 관계 맺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적 추상'은 작가가 추구해온 '객관적 아름다움'에 다름 아니다.

시적 추상은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고요하고 명상적인 평면에서 전해지는 역동성'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던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 최 작가는 언젠가 칼더의 작품에 대해 '공간 조각의 시적 추상'이라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시적 추상 5, 2011, Oil on canvas, 180×180cm
작가는 칼더의 모빌에서 역시 그 같은 '고요함 속 움직임'을 읽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최선호 작가의 '정중동'의 묘미가 전해지는 30여 점의 신작을 볼 수 있는 <시적 추상> 전은 4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회화를 전공한 후 간송미술관에서 한국전통회화를 연구한 최선호 작가는 동양정신과 인문자연에 남다른 조예를 지녔다. 그의 작품 세계에 서양의 형식과 동양의 정서가 묘하게 접목된 것도 이 같은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뉴욕대에서의 유학생활 이후 그는 꾸준히 미니멀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과 관련한 집필 활동도 왕성하게 해오고 있는데, 이달 중 예술가의 삶과 예술을 다룬 <아트 오디세이>를 출간할 예정이다.


시적 추상 1, 2011, Oil on canvas, 162×130cm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