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오페라 '파우스트'] 도밍고 '최고의 파우스트' 찬사… 아리아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

성악가와 무대장치, 연출, 의상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공연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테너 김우경의 한국 오페라 데뷔로,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화제가 됐던 <파우스트>는 지난 16일 공연 내내 아리아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 올린 <파우스트>는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작품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프로 한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서정적이고 우아한 음악으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해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에 이어 '괴테 파우스트 시리즈'의 두 번째로 이번 공연을 올렸다. 5시간에 이르는 5막의 오페라는 3시간 30분으로 축약됐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최고의 파우스트'라고 추어올렸던 김우경은 노인과 청년이 되어 순수한 감성을 인간적 고뇌를 미성에 담아냈다. 그가 3막에서 부르는 독창곡 '정결한 집'은 단연 백미였다. '메피스토펠레스의 현신'이라 불리며 지금껏 200회 이상 악마적 매력으로 무대를 사로잡은 베이스 새뮤얼 래미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들 못지않게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들은 청년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마르그리트 역의 소프라노 알렉시아 불가리두와 그녀만을 바라보는 시에벨 역의 카운터테너 이동규였다.

파우스트를 깊게 사랑하던 순결한 여인 마르그리트는 그가 떠난 후 그만 광기에 사로잡히는데, 불가리두는 그 감정의 파고를 완숙하게 소화해냈다. 그리고 이동규는 순진한 청년 시에벨의 경쾌한 몸놀림과 여린 감정의 떨림을 그만의 감성으로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햇살이 비치는 거대한 숲 속의 풍경과 정글짐을 연상케 하는 철골 구조물은 번갈아 무대를 채우며 선악의 세계를 극명하게 대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 가장 주목받는 젊은 안무가인 박호빈이 안무한 무용 장면은 한층 오페라를 돋보이게 했다. 특히 5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에게 선사한 '환락의 밤'에서 등장하는 격렬하고 독특한 안무는 극의 전개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현대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을 적절히 조합한 무대를 완성한 이소영 예술감독은 전반적으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연출가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드러내 이후의 작품에 기대감을 주었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4월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오페라 <시몬보카네그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