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o series No.5(불타는 유조선의 눈물)''
가상공간에 올라오는 이미지들이 실재를 그대로 담고 있을까. 전은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외국에서 날아온 친구의 비보를 듣고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던 작가는 친구와 가족들의 교통사고를 다룬 기사 몇 건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 속 어디에도 친구의 모습은 없었고, 그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누워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인터넷 공간 안에서, '진실'이라고 알려진 일들이 정말 믿을 만한 것인지, 아니면 믿도록 되어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가상공간 속에서 비추어지는 현실은 어느 정도의 실재를 가지고 있을까. 작가는 장 보드리야르의 말을 인용하여 이 개념을 설명하는데, 가상공간 속의 실재, 곧 하이퍼 리얼리티는 상위 세계의 '사물의 실체'를 모방한 현실 세계를 다시 한 번 따온 것이며, 이는 '위장된 이미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는 '진짜' 현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이상의 것을 끌어내기 위해 '위장된 이미지'를 사용하고, 이렇게 위장된 이미지는 모순적으로 현실의 이미지보다 더욱 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적 행위를 발견한다. 작가는 이를 "현실 세계에 대한 은유"로 표현한다.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약 보름간 이어진다. 물에 번진 듯이 불분명한, 그러나 확고한 색감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전. 현실의 평면 회화 위에 다시 가상공간의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작가의 작업이 흥미롭다.

3월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송은아트큐브. 02)3448-01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