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토끼'
작가 이흥덕의 그림은 마치 '유채 물감으로 그린 만화' 같다. 작품의 제목은 '맥도날드'이지만, 맥도날드의 피에로는 위쪽에서 상반신만을 보여준 채 인사하고, 그림 '타이거마스크'의 타이거 마스크는 구석에서 뛰어나온다.

마릴린 먼로, 맥도날드의 피에로, 뛰어다니는 토끼,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 등의 대상물들은 각자 유기적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개별적인 행동을 하며 쏘다닌다. 등장인물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를 하며, 작품 곳곳에는 '무언가 터지는 듯한' 효과가 삽입된다.

외따로 떨어진 대상물들은 작가의 캔버스 안에서 '지하철'로 묶인다. 작가의 지하철 안에서 대상물들은 분명하게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 개는 근육질의 몸을 드러내며 달리고 있고, 무언가 터지고 있으며, 아이는 목욕하고, 남자는 여자를 붙잡는다.

50년대 섹슈얼리티의 상징인 마릴린 먼로는 올라가는 치마를 붙잡고 미소를 보낸다. 작가는 대상물들의 '욕망의 행동'을 'pause' 상태로 두어 장면을 극대화한다. 극적인 상태에서 멈춰진 행동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대상물들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욕망이 투영된 현실의 단면을 그리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여유와 허탈감, 선과 악의 도덕과 응징, 남과 여의 배설과 잉태"를 동시에 보고자 했다.

타자들이 모이는 공간인 '카페와 지하철' 시리즈를 통해 현대인의 욕망과 불안, 에로티시즘과 본능 등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 이흥덕. 원색과 유화 물감으로 회화 재료에서부터 위트를 드러낸 작가 이흥덕과 '도시 욕망'에 대한 농담을 나눠보자.

3월 12일부터 4월 10일까지. 갤러리 한길. 031)955-209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