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
이미지가 쌓이고 쌓여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든다. 모자이크나 퍼즐 작업을 연상시키지만, 이어질 근거가 없는 형태들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람의 얼굴과 직선, 해골은 모여 표범을 만들고, 톱니바퀴와 사슴은 여자의 앞모습이 된다. 언제나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개별적인 이미지의 명령을 듣고 이미지를 소비했던 관람객들은 작가 김나연의 작업이 궁극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소비하라고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이미지의 과잉'과 그 폭력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는 대중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차용해 복제하고, 그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도출해낸다. 굵은 선 안에서 증식하는 이미지들은 각자의 의미를 내세움과 동시에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이미지들의 합인 '커다란 이미지'로 뭉쳐진다.

평론가 고경옥은 발터 벨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의 언급을 빌어 "현대 사회의 예술은 원본 유일의 아우라를 상실하게 되었고, 대중소비 등의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차용을 통한 창작'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지는 작가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작가 김나연의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 자신의 세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창조와 창작에 대한 예술가의 시대적 고민을 담고 있다. 작가는 산란한 이미지의 언덕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또 다른 이미지로 관람객을 유혹한다.

4월 1일부터 4월 29일까지. 이랜드스페이스. 02)2029-988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