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이 큰 무대에서 웅장한 사운드로 즐기는 뮤지컬도 물론 좋지만, 작은 극장 안에서 배우와 호흡하며 작은 소리까지 놓치지 않는 뮤지컬이 아쉬운 요즘 뮤지컬 <락시터>가 관객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었다.

<늙은 부부 이야기>, <염쟁이 유씨>등 대학로 흥행 연극을 진두지휘한 위성신이 다시 한 번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이근삼 선생의 원작 '낚시터 전쟁'에서 모티프를 얻은 창작 연극.

축구, 군대 이야기와 더불어 가장 지루한 '낚시'이야기는 마니아만 그 맛을 알 뿐, 다른 이들에게는 따분하기만 한 이야기다. 여기에 남자 두 명이 주인공이다.

이 뮤지컬, 재미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재미와 보편성을 한 번에 실었다. 30대와 60대 남자 두 명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감초 같은 캐릭터들의 출연을 섞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액션, 느와르, 거친 이야기가 없음에도 우리 시대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60대의 '범하'와 30대의 '제복'은 한적한 낚시터를 찾아다니다 한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난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중년의 범하는 젊은 제복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지만, 범하를 방해꾼이라고 생각하는 제복은 이를 귀찮아한다.

이들이 옥신각신 낚시를 즐기는 사이 요금 징수원과 판매상, 불륜남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앞을 지나가고, 두 남자 또한 세대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힘겨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깜빡 잠이 든 제복은 깨어나 범하가 없어진 것을 알고 그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제복이 우연히 범하의 소지품을 보고 그가 자살을 계획하고 낚시터에 왔음을 직감할 무렵, 여유롭게 걸어 나오는 범하. 이들은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3월 4일부터 오픈런. 대학로 소극장 축제. 02)762-08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