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s room'
종이컵 전화기를 써본 일이 있는가? 두 개의 종이컵이 한참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얇은 실 한 줄이면 저 끝에 걸린 너와 나의 시간이 만난다.

실을 더 이어 팽팽하게 당기면 더 많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섞인다. 얼마나 신기한 경험이었는지. 게다가 낭만적이다. 뜨개 목도리와 스웨터도 한 줄의 실에서 나왔다. 터진 곳을 꿰고 떨어진 천을 이어 숨을 불어 넣는 실은 재료이자 가능성이다.

이 실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작가가 만났다. 실은 뭉치로, 혹은 이어져서, 뜨개질로, 붉게, 오브제들을 잇는다.

몇몇 작품들은 개별적인 이름이 있음에도 연작 시리즈처럼 보인다. 작품 속에는 붉은 실 뭉치와 뜨개질감이 널려 있는 이미지나, 색색의 실타래가 모여 있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knitting women'과 은 장소나 등장인물만 다를 뿐 서로 복제품처럼 닮아 있다.

각자 다른 공간에 비슷한 형태로 널려 있는 실들은 작품 안의 공간뿐 아니라 작품 밖의 세계, 또 다른 작품의 공간으로 서로를 이어주고 있다. 더불어 'knitting women' 속 여성이 뜨개질에 몰두하는 모습은 사회의 유기체들을 묵묵히 연결하고 있는 작가의 작업과 닮았다.

작가는 "감성적인 연결고리들"속에서 애니미즘을 발견하고 샴쌍둥이를 모티프로 한 인형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팔다리가 본래보다 더 많이 달린 인형들은 불완전한 사회적 연결고리와 샤머니즘의 초자연적 오브제를 동시에 나타낸다.

<실>전은 <흘러간 것들의 순간>에 이어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스위스, 영국, 한국 등에서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오브제 '실'을 통해 생명들의 관계를 파고드는 작가 박혜원의 '연결'에 주목해 보자.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문신미술관 무지개갤러리. 02)710-928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