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프레임 안에서 해체된 인형들은 제 몸이 따로 흩어져 여기저기 묶여있음에도 천진하게 웃는다.

시체 무덤 같은 작품은 그러나 밝은 빛깔을 유지하고, 이 기이한 혼합은 관람객을 경악하게 만든다. 말랑하고 뽀얀 아기의 손과 통통하게 볼 살이 오른 작은 얼굴. 제멋대로 붙어있는 신체 부위들은 막무가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이 '막무가내'가 메시지, 거부감과 실소를 동시에 안겨준다.

특정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빤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너무나 흥미롭다.

무표정한 얼굴로 귀엽고 예쁜 인형을 '찢어붙인' 작업은 언뜻 부조리해 보이며, 전체적으로 만화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인형의 이미지로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는데, 기계에 묶여있는 인형, 누구의 팔인지 가늠할 수 없도록 얽혀있는 팔 무덤, 수풀 안에 누워있는 듯 보이는 인형과 눈이 가려진 인형들은 오롯이 현대인의 이미지다.

또 대량생산된 인형은 특정 인물이나 성별을 지칭하지 않고 다만 인형의 특징만을 가지는데, 이는 작가만의 주제를 전달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평론가 박영택은 "민정수는 이미 만들어진, 대량생산된 레디메이드 인형을 이용해 낯선 인간을 보여주고 색다른 사물들의 반란과 혼돈을 창출한다"라고 총평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93년부터 전시를 시작한 작가는 이번에 <우리는 내밀한 것을 인터뷰하다>, <터무니없는 이야기> 전에 이어 개인전으로서 3번째를 맞았다.

4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관훈갤러리. 02)733-646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