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장르들이 보여주는 색다른 앙상블

서울발레시어터의 '발레로 떠나는 미술여행' 중 '마스크'
발레에서 출발한 댄스 열풍이 다른 장르와 만나며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동안 발레와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예술춤들이 한 무대에 선 적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댄스스포츠나 재즈댄스 같은 대중춤과 한데 섞이거나 대중음악 공연이나 미술 작품과 교류하는 시도는 춤 관객에게는 낯선 광경이다. 이질적인 춤들이 펼치는 앙상블은 어떤 모습일까.

그림과 이야기하는 발레

지난 주말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는 익숙한 듯 낯설어 보이는 '기묘한' 발레가 선을 보였다. 서울발레시어터가 '발레로 떠나는 미술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번 공연은 공연예술인 발레와 시각예술인 그림을 크로스오버한 이색적인 4편의 창작발레 작품을 모은 것.

그림에서 춤을 이끌어낸 이는 기존 작품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다. 그는 "요즘 들어 발레가 관심받기 시작했지만, 예술의 창작영역을 넓히고 더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어서 인기 있는 클래식발레가 아닌 창작발레를 시도하게 됐다"고 말한다.

제임스 전 안무가의 관심을 끈 그림들은 대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다. <푸른 옷을 입은 발레리나들>이나 <무용수업> 등 발레 그림으로 유명한 드가의 <스타>는 이번에 <모차르트>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랐다. <블루>에는 무려 세 명의 인상파 작품이 담겨 있다. 마네의 <거울 앞에서(Before the Mirror)>와 모네의 <죽음을 맞은 까미유> 그리고 르누아르의 <부지발에서의 춤(Dance at bougival)>이다.

'The NTOK Choice-이정윤&에투왈' 중 '더 원'
<마스크>는 뭉크의 <절규>, <키스>, <욕망> 세 작품을 탈춤 형식으로 녹여 200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또 들꽃화가로 알려진 김수현 작가의 <초우>에서 영감을 얻은 동명의 작품도 춤과 회화가 소통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예술춤의 스타들이 한데 모였다

9일과 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The NTOK Choice-이정윤&에투왈' 공연에서는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현대무용단 LDP 등 동시대 예술춤의 선두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에서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수석무용수 이정윤을 중심으로 한 '국가대표팀'이 꾸려진 것이다.

'에투왈(불어로 '별')'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이정윤은 이 공연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주원과 <더 원>으로 한 무대에 섰다. 2007년 정동극장에서 공연된 이 사랑이야기는 당시 두 무용수의 실제 사연과 맞물려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질세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엄재용-황혜민 커플도 창작발레 <심청> 중 '문 라이트 파 드 되'를 선보였고, LDP의 신창호 대표는 무용단과 함께 현대무용의 진수를 발산했다.

'라틴 이노베이션'
올해로 입단 10년차를 맞이한 이정윤은 자신이 주역으로 출연했던 <춤, 춘향>, 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안무작인 , <해어화(解語花)>, 을 선보이며 창작에의 재능도 과시했다.

국립무용단 공연기획팀의 김상균 씨는 "기획공연 시리즈는 국립극장 전속단체마다 스타성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벤트"라고 설명하며 "이번에 다른 장르의 최고 무용수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이정윤이 평소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았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발레를 끌어들인 댄스스포츠

댄스영화에서는 단골로 등장하는 자이브, 차차차, 빠소도블레 등 라틴댄스는 국내에서는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선수권 대회 프로페셔널 라틴댄스 결선 진출자로, 현재 라틴댄스 부문 한국챔피언이기도 한 박지우 선수의 고민도 같은 지점에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국내 최고 기량의 발레리나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4월 2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라틴 이노베이션>은 예술보다는 스포츠의 영역에 가까웠던 라틴댄스가 발레와 만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장르의 춤만 있지는 않다. 이를 비롯해 한국무용, 현대무용, 재즈댄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라틴의 정열을 표현할 수 있는 전문 댄서 31명이 무대에 올라 도발적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르의 구분으로 인한 관객의 편견을 막기 위해 공연에도 '댄스컬'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의 목적은 역시 댄스스포츠의 대중화에 있다.

<라틴 이노베이션>을 기획, 제작하고 있는 J's 댄스스튜디오 측은 "댄스스포츠는 국내 동호인 수가 800만에 육박할 정도로 생활스포츠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고 선수들도 대회에만 매진하는 등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댄스스포츠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라틴 이노베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국 라반센터에서 다양한 춤들을 섭렵한 박지우 선수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여러 장르의 춤을 결합하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져 기존 무용계와 댄스스포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