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뿔 모양과 작은 버섯 형상들의 '드러내기와 드러나기'

'Expose exposed' 시리즈
나무의 조형적 변주는 너무 다양하고 흥미로워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대하거나 한자리에 마주 서서 오래도록 말을 걸고 싶어진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내달 1일까지 열리는 <차종례 : 무한으로 돌아가다> 전에 들어서서 받는 첫인상이다. 이러한 울림과 끌림은 20여 년 동안 나무 작업에 천착해온 차 작가의 내공이 전하는 힘이다.

이번 전시작들은 작업 초기 인체 부분을 구상적인 부조 조각을 하던 데서 벗어나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으로 나아간 이래 한결 완숙하고 여유로워졌다. 그만큼 나무 작품의 이미지가 풍성해지고 그에 따라 대화의 폭도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말해준다.

이는 '드러내기와 드러나기(Expose exposed)'연작 30여 점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뿔 모양과 작은 버섯 형상들은 독자적으로, 또는 무리 지어, 높이의 차이를 보이며 관람자를 향해 '드러내고' 있다. 헝클어진 천 조각 형상 또한 무한한 이미지를 생성해내며 관람자를 응시한다.

뿔 모양에 대해 누구는 '산'이라 하고, 누구는 '대지', 혹은 '우주'라고도 한다. 버섯 형상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오브제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에게 뿔 모양이나 버섯 형상, 또 다른 것들도 조형실험의 일부일 뿐 개념적 정의에 묶여 있지 않다.

차종례 작가와 'Expose esposed' 시리즈
그래서 무한한 상상력(이미지)이 피어나고 이를 통해 작가의 '드러내는' 표현 욕구와 관람자의 작품에 반응하는 '드러나는' 감상 욕구가 만난다. 이렇게 드러내고, 드러나는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은 소통할 수 있고, 충돌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작가와 관람자가 작품을 매개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화는 작가의 존재성을 방증하고 개인과 개인, 나아가 사회의 유기체적 언어를 형성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전하는 차종례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의 개념이다. 전시장 한편에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그 시간의 의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차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두드림과 쪼아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초기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이는 작업 초기에서 완성할 때까지의 지난한 중간 과정을 참고 견뎌낸 성과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 작가의 작업은 그의 학위 논문 <메타모포즈(Metamorphose)에 의한 환상적 표현연구>를 연상시킨다. 오랜 기간에 걸쳐 변한다는 의미의 '메타모포즈'는 차 작가의 작업 과정, 완성된 작품의 (초기와 다른)이미지 변화와 닮아 있다.

전시 타이틀 '무한으로 돌아가다'에 대해 차 작가는 "잡념이 없는 작업의 전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완성을 위해 치열하게 분투한 절대적 시간이 배어있다.

반복과 증식,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거듭하는 차 작가의 작업은 우리네 무상한 인생과 유사하다. 작품 앞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자꾸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것은 차종례 예술의 매력이자 미덕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