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 실내악 축제]피아노에 포커스, 매일 색다른 테마공연 13일간 이어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랄프 고토니
실내악이 클래식 음악 감상의 종착역이라는 표현도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올해로 6년째 클래식 애호가들을 매혹하는 봄의 클래식 축제,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와 훈남 클래식 연주자들의 실내악, 앙상블 디토 등의 활약은 실내악을 더 이상 낯선 음악으로 만들지 않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가 봄을 알린다. 오는 5월 10일부터 22일까지(프린지 페스티벌은 5월 3일부터 11일까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덕수궁, 플로팅아일랜드 등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매우 여리게'를 뜻하는 악상기호인 '피아니시모!( Pianissimo)'가 올해의 테마. 하지만 여기서는 악상기호가 아닌 악기 '피아노(piano)'에 강조 의미가 있는 이태리어 '-시모(-issimo)'가 더해져 이번 축제는 피아노에 포커스가 맞춰졌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악기인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워,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

2011년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의 탄생 200주년으로, 그의 곡도 다수 연주된다. 게다가 공연장엔 현대식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 피아노(forte piano)'도 모습을 드러내 피아노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날 수 있다.

18세기에 제작되어 연주된 포르테 피아노는 이전의 쳄발로와 모양은 유사하지만 현대식 피아노처럼 줄을 두드리는 타현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처럼 고전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이 포르테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
스프링 실내악 축제, 88개의 건반이 넘실댄다

13일간 펼쳐지는 건반의 향연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다수 참여한다. 재독 작곡가 진은숙의 시아버지이기도 한, 핀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랄프 고토니부터 피어스 레인, 파스칼 드봐이용, 포르테 피아노의 연주자로 명성을 날리는 멜빈 탄 등이 축제를 위해 내한한다. 물론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첼리스트 지안 왕, 클라리네티스트 로망 귀요-권 등 21명의 저명한 해외 아티스트가 내한해 아름다운 실내악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이다.

, 서혜경, 신수정, 이경숙, 이대욱, , 조영창, 송영훈,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백주영, 클라라 주미 강 등 한국의 쟁쟁한 아티스트가 가세해 클래식 향연을 펼친다. 이들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한층 풍성한 무대를 위해 참여하는 무용수까지 더하면 총 100여 명의 아티스트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손에 꼽히는 난곡인 '초절기교 연습곡'을 작곡한 이는 프란츠 리스트다. 그 자신이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불릴 정도로 빼어난 기교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였는데, 5월 11일에 열리는 개막공연 <피아니스트-작곡가들>에는 리스트처럼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음악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티, 훔멜, 루토슬라브스키, 리스트 등이 그들인데, 과 서혜경, 김영호, 유영욱이 섬세한 터치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다. 또한 현대음악 작곡가인 프란시스 풀랑의 '레오카디아'의 연주에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출연해 강동석과 함께 독특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강충모
개막 공연 이후, 매일 색다른 테마의 공연이 이어진다. 피아노나 관악기 혹은 현악기 등 다섯 개의 악기가 들려주는 오중주, 도시를 테마로 그곳의 작곡가 작품이 연주되기도 하고, 재즈와 팝, 혹은 무용과의 협업도 시도한다.

<퀸테센스>(5월 12일)를 테마로 열리는 무대는 오중주 중에서도 에센스 곡들을 연주한다. 베토벤의 피아노와 관악기를 위한 5중주, 도흐나니의 피아노 5중주, 드보르작의 현악 5중주 등이 연주된다. 덕분에 악기 구성은 다양하다. 피아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모이기도 하고 피아노, 바이올린1,2, 비올라, 첼로가 더해지는가 하면 바이올린1,2,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가 조합하기도 한다.

피아노로 '듣는' 파리는 어떨까. <파리 스토리>(5월 13일)을 테마로 4대의 피아노가 프랑스 작곡가 미요의 '4대의 피아노를 위한 파리'라는 곡을 연주한다. 4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의 감성으로 파리를 어떻게 묘사할지 기대를 모은다. 더불어 프랑스 작곡가인 쇼숑의 피아노 4중주와 리스트의 가장 대중적인 피아노 소품 중 하나인 '라 캄파넬라'도 연주된다.

다음날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작곡가들이 온다. 유럽에서 권세를 떨쳤던 합스부르크 왕가가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던 시절 활동했던 모차르트, 훔멜, 리스트, 마르티누 등의 작곡가들의 곡이 연주된다. 같은 날인 14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음악, 무용 그리고 피아니스트들>이라는 주제로 국립발레단과 함께 실내악과 발레가 어우러지는 무대가 기다린다.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리스트 곡들로만 채워진 <리스트 매니아>(5월 16일), 브람스의 우아한 실내악을 선별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5월 18일), 포르테 피아노의 음색을 만날 수 있는 <건반의 변주>(5월 20일), 오케스트라 원곡을 실내악으로 편곡한 작품들로 이뤄진 <실내악 심포니>(5월 21일), 러시아의 서정, 라흐마니노프의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비가>(5월 22일) 등도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피아니스트 서혜경
축제엔 볼 만한 무료 공연도 서울시 곳곳에서 진행된다. 덕수궁에서 열리며 수많은 시민들로 붐볐던 '고궁 음악회'가 랄프 고토니의 지휘로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한국의 연주자 협연으로 봄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채운다.

본 축제에 앞서 5월 3일부터 9일간 펼쳐지는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음악 학도들과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실내악 연주를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인사사랑 쌈지길, 서울역, 용산역 등의 공공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의 자세한 일정과 장소는 홈페이지(www.seoulspring.org)를 참고하면 된다.


피아니스트 유영욱
첼리스트 양성원
첼리스트 조영창
첼리스트 송영훈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작품으로, 2011년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의 포스터와 리플렛, 소책자, 프로그램북 등에 대표 이미지로 사용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