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성상화다. 이 자기치유의 자화상은 얼핏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달력에라도 그려져 있을 듯 친근하면서 민간신앙의 묘함도 함께 느껴진다.

사다리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얼굴, 무심하게 놓인 내부 장기와 인형들은 조금 스산하다가도, 그 어처구니없는 개연성이 웃음을 준다.

작가는 종교인이자 어머니, 여성, 작가인 스스로의 다양한 정체성을 어떻게 융합해야하는지 혼란스러워 했다. 다행히 작가의 그림들은 그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저 세계의 무엇을 그린 듯 한 그림에 숨어있는 현실세계의 작가와 그의 얼굴은 그 배경에 섞여 초현실적으로 보이면서, 또 다시 현실적으로 비추어진다.

기이한 인상을 주는 그림 속 작가의 얼굴은 무심하고 당당해보이지만, 작품 '안녕하세요?' 속의 여인은 고개를 지나치게 푹 숙이고 있고, '사다리도'의 뒤쪽에 서 있는 여인은 얼굴 위에 천을 덮고 있다.

이는 현실 속의 억압을 탈출하고자 그린 초현실주의 그림임에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억압이 존재함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평론가 고동연은 김은진의 작업에서 '초탈의 포즈'를 읽어냈다.

동양의 성상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그림은 이화여대 미술학과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거기 somewhat somewhere' 전은 1994년 첫 개인전 이후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4월 14일부터 5월 22일까지. 갤러리 현대 16번지. 02)722-350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