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호 개인전-Gorgeous Uncertainty
자주 찾지 못하는 외국의 풍경사진을 찍는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건축물, 대표적인 관광지에 눈을 돌릴 것이다. 맑은 날 쨍한 포커스로 선명한 풍경사진을 얻고 나면, 마치 그 장면을 가진 것처럼 만족스럽다.

'Gorgeous Uncertainty'전의 작가 국대호의 풍경사진은 이런 도식을 한참 빗나갔다. 흐릿한 풍경 탓에 배경이 대표적인 관광지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어렵고, 수로를 찍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행인의 다리를 찍은 사진도 있다.

그래서 처음 작가의 사진을 마주했을 때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가의 의도를 들어보면 아, 하고 놀라게 될지 모른다.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흐릿하게 변해가는 기억에 주목했다. 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들 역시 그 형태만을 남긴 채 쉬이 흐릿해진다. 누구나 다 기억하는 유명한 장소보다 여행지에서 홀로 마주친 장소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어쩌면 온전하지 않은 기억이 회상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작가의 빗나간 초점은 이 지점을 정확히 겨냥했다. 일상의 풍경을 눈에 담아낸 듯 한 작가의 사진은 사진이기보다 기억의 한 조각이며, 이제 흩어져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 같다. 기억이 명징하지 못해 다시 그 곳이 그리워 질 때의, 순간포착이다.

콜로세움 뒤에 저무는 하늘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콜로세움의 앞에서 하루를 보냈다는 작가의 끈기와 풍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합해진다. 흐리지만 아름다운 서방의 풍경은 덤처럼 따라온다.

4월 12일부터 5월 21일까지. 갤러리 케이아크. 02)2605-265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