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철수의 달빛은 어떨까. 동화 같은 풍경은 흐릿하지만 빠진 것이 없어서, 달빛은 산과 나무, 꽃을 충분히 비추면서도 알알이 흰 빛으로 박혀 풍경을 슬쩍 감춰준다.
수묵 기법과 벽화 방식을 조합한 표현 방식은 퍽 현대적이지만, 나무의 형태를 그린 모습이나 산의 모습을 보면 동양화가 연상된다. 여기에 동양화에서 쓰지 않은 색의 조화가 독특한 감상을 자아내어, 보편적 사물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몽환적 산수경> 속 20여 작품에서는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나는데,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나무, 산, 꽃으로 구성된 패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의 대표적인 이미지 세 가지를 반복적으로 그린 벽화 방식을 통해 작가의 자연관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그에게 자연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것이면서 초록, 분홍, 파랑 등 알록달록한 아름다움을 지녔을 테다. 작가 이철수는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그의 <몽환적 산수경> 전으로 '숨이 막힐 듯한 달빛'에 취해 보자.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장은선 갤러리.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