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산-달밤'
'달빛'은 그 자체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은 달빛을 보고 '흐붓한 달빛 아래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말했고,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는 피아노곡 '달빛'으로 달빛이 비추는 정원의 서정적인 풍경을 표현했다.

작가 이철수의 달빛은 어떨까. 동화 같은 풍경은 흐릿하지만 빠진 것이 없어서, 달빛은 산과 나무, 꽃을 충분히 비추면서도 알알이 흰 빛으로 박혀 풍경을 슬쩍 감춰준다.

수묵 기법과 벽화 방식을 조합한 표현 방식은 퍽 현대적이지만, 나무의 형태를 그린 모습이나 산의 모습을 보면 동양화가 연상된다. 여기에 동양화에서 쓰지 않은 색의 조화가 독특한 감상을 자아내어, 보편적 사물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몽환적 산수경> 속 20여 작품에서는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나는데,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나무, 산, 꽃으로 구성된 패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의 대표적인 이미지 세 가지를 반복적으로 그린 벽화 방식을 통해 작가의 자연관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그에게 자연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것이면서 초록, 분홍, 파랑 등 알록달록한 아름다움을 지녔을 테다. 작가 이철수는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그의 <몽환적 산수경> 전으로 '숨이 막힐 듯한 달빛'에 취해 보자.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장은선 갤러리.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