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해외 7팀, 국내초청작 12편 등 춤의 본질 초점 맞춘 공연 선보여

Chunky Move의 'Connected'
국내 대표적인 춤 행사로 명맥을 이어온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이하 모다페)가 어느덧 서른 번째 해를 맞게 됐다. 5월 18일부터 개최되는 제30회 모다페는 올해 그동안 추구해온 다양한 몸짓 언어들을 아우르며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몸짓 너머 아름다움을 보라

지난해 호주, 헝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국이 참여해 총 33작품을 국내에 소개했던 모다페는 올해 양보다 질을 택했다. 해외초청 공연 7개 팀과 국내초청작 12편 등 전체 규모 면에서는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Beauty beyond Body'를 주제로 진행되는 올해 행사는 다양성보다는 '몸짓 언어'라는 춤의 본질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며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개막공연으로 선정된 호주 청키 무브(Chunky Move)의 '커넥티드(Connected)'다. 청키 무브는 뉴미디어와 설치미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형식과 내용 면에서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는 무용단으로 잘 알려졌다.

전작들에서 모션트래킹과 영상기술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 출몰하는 무용수들을 통해 춤 형식의 상식을 뛰어 넘었다는 평을 받기도 한 청키 무브는 이번 '커넥티드'에서 전작보다 더 역동적인 몸짓 언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Alias의 'Sideways Rain'
극한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파격적인 표현 때문에 '19금'으로 관람 제한을 받은 작품들도 있다. 스위스 알리아스(Alias)의 '사이드웨이스 레인(Sideways Rain)'과 네덜란드 이브기와 그레벤(Ivgi & Greben)의 '오브젝트(Object)', 그리고 프랑스 안 콜로드(Anne Collod)의 '퍼레이드 앤 체인지, 리플레이 인 익스팬션(Parade & Changes, replay in expansion)'은 신체의 솔직담백한 매력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국내초청 공연에서는 현대춤은 물론 컨템포러리 발레, 창작 한국춤 작품 등 현대적 요소를 가진 14개 팀이 선정돼 기존의 난해하고 지루한 '현대무용'의 이미지를 불식시킬 전망이다.

2009 MODAFE에서 초연된 컨템포러리 발레 <0+>에 한국춤을 접목시킨 김경영의 <신출귀몰>, 빛과 조명을 활용해 신체와 공간을 독특하게 해석하는 홍동표의 '이스케이프 프롬 투(Escape from Ⅱ)', 한 공간 속 각기 다른 동작의 언어로 오늘날의 가족을 표현하는 박해준의 '모델 하우스(Model House)'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사회적 이슈부터 보편적 일상까지

모다페는 현재 다른 공연예술축제에서 보여주고 있는 프로그래밍의 기본 틀을 지난 29년간 선도해왔다. 국내 공연예술계에 해외 춤의 동향을 알리기 위해 세계적인 무용단을 초청해 작품성 있는 공연을 소개하는 한편,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들을 초청하며 관객의 눈높이를 의식하는 것이다.

Anne Collod의 'Parade & Changes, replay in expansion'
이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모다페가 선택한 기준은 당대의 사회적 이슈부터 일상의 보편성에 기반을 둔 주제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화두들이다.

모다페만의 이런 특색이 잘 나타난 부문이 해외 창작팀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국제 공동제작과 국제 공동작업 섹션이다. 모다페와 스위스의 춤&음악 축제인 Festival Antigel이 협약을 맺은 국제 공동제작 섹션에서는 한국의 신창호와 스위스의 필립 에글리(Philipp Egli)가 춤과 음악, 영상의 관계를 파고들며 현대춤의 표현기법을 새롭게 제시한다.

국제 공동작업 섹션에서는 안무가 장혜주와 남정호가 일본과 프랑스의 안무가들과 함께 각각 환경문제와 즉흥공연을 테마로 보편적이면서도 시의성 있는 몸짓 언어를 보여준다.

모다페는 이와 함께 춤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과 관객이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교감할 수 있는 '모다페 토크'를 비롯해 스튜디오와 야외에서 실험적인 공연을 진행하는 '모다페 오프 스테이지 - M.O.S' 등의 부대행사는 춤이 관객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통로다.

아울러 올해 모다페 30년을 맞이해 마련된 '모다페 필름 / 세미나'는 한국 현대춤에서 모다페 30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영상으로 살펴보고 새로운 미래를 조망하는 시간이어서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경영 안무의 '신출귀몰'
모다페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선숙 한국현대무용협회장은 "1982년 시작한 이래 모다페는 다양한 주제를 포용하며 몸짓 언어에 대한 관객의 벽을 낮춰왔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세계적 춤의 변화와 사회적 주제를 함께 포용하며 춤문화 저변 확대에 앞장서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29일까지 12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한국공연예술센터(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노을소극장, 마로니에공원 TTL야외무대 등 총 6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