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이야기는 재미없잖아?"라는 작가 정복근의 말처럼, 연극 <응시>는 평범한 조각가 '권진규'의 인생을 모티프로 했다.

연극 <세종 32년>, <덕혜 옹주>, <나는 너다> 등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던 작가의 글 솜씨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간 연극에서 다룬 것만큼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가 아닌데 과연 관객이 들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연극계의 수장 격인 이호재, 전무송, 윤소정 등의 배우와 연극 <새벽 4시 48분>, <마라, 사드> 등을 지휘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이끌었던 연출가 박정희의 앙상블이라면 걱정은 기우일 것 같다.

준태는 정년퇴직 후, 친구 형우의 권유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어릴 적, 어떤 조각가가 살았던 낡은 작업실을 집으로 삼아 이사 온 준태는 이사 첫 날부터 익숙한 목소리, 말의 울음소리, 남자의 한숨소리 등의 환청에 잠을 이룰 수 없다.

준태의 부인인 민지는 자신과 의논 한 마디 없이 혼자 고향으로 이사를 결정한 준태에게 화를 내지만, 준태는 현실을 회피하는 태도만 취한다. 설상가상으로 준태는 환상 속의 남자와 여자의 형상을 조각하며 그들이 이야기 하는 듯한 환청에 시달리게 되는데.

젊은 연극만 살아남았던 연극 시장에서 중년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의 탄생은 주목할 만하다. 탄탄한 줄거리와 진중한 분위기는 40,50대 관객을 휘어잡을 만한 흡입력을 지녔고, 농익은 배우들의 연기력은 연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2011년 서울연극제 초청작.

5월 12일부터 5월 15일까지 4일 간만 공연한다.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02)765-547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