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오네스코'를 소개한 계획전을 시작으로, 2010년 '체홉' 계획전 등 무게감 있는 연극인들을 알렸던 대학로 게릴라극장이 올해 '브레히트± 하이너뮐러 기획전'을 통해 독일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연극 <사중주>는 '메르퉤이유 후작부인'과 '발몽자작'의 사랑이야기로, 우리에게는 영화 <위험한 관계>, <발몽>, <스캔들> 등의 가공된 형태로 더욱 익숙하다.

동독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는 연극 <사중주>에 배경을 나타내는 '프랑스 혁명 전의 살롱', '제3차 세계대전 이후의 벙커'라는 설명 이외 어떠한 지시문도 넣지 않았다.

극중 인물들의 대사 역시 모호하고 은유적이다. 서로 상치되지 않는 대사들은 대화라기보다 말의 파편이고, 인물들의 특성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혼란스러운 작품 배경과 성별을 바꿔가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구분 없음'으로 통한다. 극의 막바지에 마르퉤이유 부인이 발몽이 되고, 발몽이 대통령의 부인 투르벨이 되는 장면은 '성을 매개로 한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구조 자체를 해체해' 버리고, 나아가 '남성과 여성 구별 이전의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사랑의 평등성'을 표현한다.

연극 <0.917>, <카덴자> 등으로 연극을 매개로 한 성 담론을 이어갔던 연출가 채윤일과, 팜므파탈의 파탄적 사랑을 그린 연극 <사중주>의 만남은 기대해볼 만하다. 2인 연극이지만 큰 연극 못지않게 무대를 꽉 채우는 젊은 두 배우의 열연도 돋보인다. 배보람, 윤정섭 출연, 원작자는 쇼데를로 드 라클로다.

5월 12일부터 6월 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02)763-126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