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으로 이루어진 대형 공연은 그 자체가 모험이다. 한국 무용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선뜻 공연장까지 발걸음을 떼기는 부담스럽다.

조용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승무' 등의 고정적인 이미지 탓에, '혹 잠이 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을 부른다. 뮤지컬 <꽃의 전설>은 전에 없던 스케일과 화려한 무대 장치, 다양한 레퍼토리로 고개를 떨어뜨릴 여지가 없다.

봄꽃이 지는 것을 아쉬워했던, 피겨 선수 김연아의 '오마쥬 투 코리아'를 보며 한국 무용의 유려한 곡선을 가슴으로 느꼈던 관객이라면 뮤지컬 <꽃의 전설>로 한국 무용을 다시 접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여기에 서양의 춤사위를 접목시켜 풀어낸 전통 퍼포먼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무용을 어렵지 않게 보여준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의 무대 디자인을 맡았던 무대 미술가 박동우가 무대를 꾸몄고, 정호붕 중앙대 교수가 연출자로 나섰다.

작곡가 김태근, 조명 디자이너 민경수의 앙상블도 기대할 만한 수준. 영화 <타짜>, <혈의 누> 등의 글씨 디자인을 지휘했던 서예가 이상현이 제목의 서체를 디자인해 화룡정점을 찍었다.

제1막 꽃 천지에서, 2막 물과 불의 천지, 3막 바람의 천지, 4막 황금의 천지로 구성된다. 1막에서는 꽃향기가 공연장 내에 직접 분사되고, 2막에서는 워터 드럼 연주로 시원한 맛을 살린다. 3막에서는 고난이도 태권 무예와 외국의 춤이 만났고, 4막에서는 기예공연이 펼쳐진다.

4월 5일부터 오픈런.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워커힐씨어터. 02)455-500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