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on Paper 2'
'공간의 융합'으로 풀이되는 'Conflating Spaces' 전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도형이다. 삼각형, 원통형 등이 조각난 캔버스 위에서 만났다가, 다시 합쳐진 프레임 안에서 부드럽게 부유한다.

유화이면서 그라피티 작업의 자유로움이 보이고, 캔버스에 그려졌으나 벽화의 거친 면이 드러난다. 색 위에 다른 색으로 수 차례 덧입혀진 캔버스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분할과 연결'의 카테고리 안에서 묶인다.

더불어 시선을 끄는 것은 작가의 시대별 작업 방식이다. 80년대 이전 초기 작업에서 작은 패턴과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한 작가는 80년대에 캔버스에 나무를 잘라 붙이는 등의 작업으로 공간의 만남을 꾀했고 90년대 들어서 잘린 캔버스를 서로 연결하여 다른 프레임을 한 데 합치는 작업을 시도했다.

94년 작 'Untitled S4'에서, 프레임 안에 그려진 타원 두 개는 조각난 캔버스를 아랑곳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모여 있다. 이후 2000년대의 작업 방식은 보다 복잡해져 캔버스를 꿰매 붙이는 것에서 캔버스를 겹치는 작업으로 확장되었다.

최근작은 다시 초기 작업 형태로 돌아가 단순해졌는데, 순환적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작업은 또한 하나의 공간적 만남으로 바라볼 수 있다.

굵직한 선과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색채의 조합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고, 추상적인 표현법은 오히려 세계를 모방한다. 작가는 관람객의 해석을 자유롭게 두고 그 해석과 만나고자 했는데, 관람객과 작가가 만나는 지점이 다시 공간과 공간의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14년 만의 귀국전으로, 작가 민병옥의 50년 추상 작업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학고재. 02)720-1524~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