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MINI-SCULPTURE-MEME'
이미 새로 창조될 이미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체의 벽은 당연하게 무너진다.

그럼에도 어째서 '애니메이션'이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기에, 그 장르의 벽은 꽤나 단단하여 허물어 다른 것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작가 히로토 기타가와는 그의 개인전에서 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테라코타'를 결합하여 새로운 질감의 매체를 완성했다.

작가는 유학 시절 '점토를 구운' 테라코타 기법에 매료되었는데, 자연의 질감과 흡사한 흙으로 빚은, 숨 쉬는 듯한 작업 방식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의 말처럼, 그의 오브제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뿌리로 둔 인물임이 무색하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이는 애니메이션을 모토로 하지만 과하게 장식되지 않은 인물들의 특색과 무심한 표정, 매체의 질료적 특성이 합쳐져 만든 '자연미'다.

80년대 일본 미술계가 빠져 있던 추상미술에서 탈피하여, 그만의 작품 세계를 이어왔던 히로토 기타가와는 "서양 조각의 전통에서 가장 낮은 지위를 가진 재료인 흙을 통해 미술가와 재료의 직접적인 만남을 구현하려 했고, 일본의 전통 토기 문화를 현대에 되살렸다"는 평을 들었다.

일본 동북부 지진을 도왔던 한국에 감사한다는 히로토 기타가와의 개인전은 5월 22일까지 가나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02)720-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