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디자인비엔날레 어번폴리 프로젝트세계적 건축가 참여 광주 역사와 현재 잇고 상상력 불어넣는 작업 시작

후안 헤레로스의 작품
사람들이 소원을 빌던 '서원문 제등', 복잡한 교차로에서 잠시 은신할 수 있는 공원, 하늘로 치솟은 황금색 기둥, 포장마차 모양 쉼터, 잠망경으로 주변을 살필 수 있는 타워…. 이런 건축물이 광주 거리에 들어선다. 올해 9~10월 열리는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특별 프로젝트 '어번폴리Urban Folly'다.

광주의 옛 읍성 자리에 10개의 작은 공공건축물을 세우는 이 프로젝트에는 노르웨이 뭉크 박물관을 설계한 후안 헤레로스, 파주 출판도시의 플로리안 베이겔,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만든 피터 아이젠만, 의재미술관과 선유도공원을 설계한 조성룡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광주의 역사와 현재를 잇고, 일상에 상상력을 불어넣을 건축물들은 지난 12일 착공됐으며 쿤스트할레 광주에서는 그 모형이 6월12일까지 전시된다. 올 가을 광주 거리를 바꾸어 놓을 어번폴리 프로젝트 미리 보기.

한국적인 것의 새로운 해석

후안 헤레로스는 장동 교차로에 소쇄원과 한옥의 굴뚝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과 공존하는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 장동 교차로에 심긴 나무들을 살리면서 시민들이 만나고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의자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구조물이 들어선다.

플로리안 베이겔의 작품
플로리안 베이겔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서원문 제등'. 여기에는 5.18 기념비가 있는 옛 광주문화방송 건물의 역사성을 기억하는 의미가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광장이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분주한 도시에서 한 걸음 천천히

나데르 테라니가 대한생명 사거리에 짓는 공공건축물은 기존 건축물과 나무를 융화시키는 아케이드다. 와이어와 봉을 이용해서 새로운 틈새 공간을 연출해낸다. 아케이드에는 스크린과 조명 등이 설치되어 바쁘게 지나치던 시민들의 눈을 끌 예정이다.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는 금남로 공원 북쪽에 나무 벽과 계단식 구조물을 만든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이곳에 시민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고, 잠시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 작은 광장의 형태이기 때문에 공연도 열 수 있다. 건축가는 태극기에서 볼 수 있는 음양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어 광주의 격동적 역사가 요동치는 듯한 이미지의 디자인을 제안했다.

도심 속 반전의 미학

나데르 테라니의 작품
피터 아이젠만은 충장로 파출소에 한옥의 모티프를 심는다. 건축물 안쪽에 빈 공간이 존재하고 공간 사이에 위계질서와 연결이 있는 한옥의 건축적 패턴을 반영하는 것. 100개의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격자무늬가 뒤틀린 형태는 그 자체로 장관일 뿐 아니라, 빛이 비치면 새로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조성룡은 일종의 반(反)기념비인 황금색 기둥들을 황금동에 세운다. 이 기둥들은 옛 읍성 터지만 현대에는 상업 지역인 황금동의 변천과, 새로운 기억이 생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동시에 나타낸다.

도미니크 페로가 구시청 사거리에 만들 열린 상자 모양의 공간은 누각 같기도 하고 포장마차 같기도 하다. 사방으로 열려 있어 환경과의 조화가 관건이다. LED 조명이 설치되어 도시의 황홀한 야경에 한 몫 할 예정이다.

시민과 도시 사이, 기발한 다리

프란시스코 사닌이 문화전당 옆에 짓는 버스승강장은 간단한 구조로 활용도를 높인 공공건축물이다. 계단과 유리벽으로 구성된 이곳은 작은 극장이 될 수도 있고,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유리벽은 구 시가지를 들여다보는 창이 될 수도 있다.

피터 아이젠만의 작품
요시하루 츠카모토는 대성학원 앞에 잠망경이 설치된 타워를 짓는다. 높이가 25m에 이르는 잠망경은 시민들이 지상에서도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특히 유동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건축가는 이 건축물이 학업에 지친 이들의 하루에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 세무서 앞 사거리에는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정세훈, 김세진의 열린 장벽이 세워진다. 광주읍성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공존시키려는 의도로 설계된 이중적 건축물이다. 길 위에 놓인 조각들과 이로부터 3m 위에 떠 있는 오브제는 읍성의 일부였으나 현재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 돌들을 나타낸다.


도미니크 페로의 작품
정세훈, 김세진의 작품
프란시스코 사진의 작품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