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수 '스윙타임', 박화경 '0.1', 정현옥 'J씨의 사랑이야기' 선보여

박화경 안무의 (0, 1)
첫 번째 발레 대중화 전략이 '해설이 있는 발레'였다고 한다면, 두 번째 계획은 '창작발레'가 될 듯하다. 그동안 200년 전의 작품만 공연해오던 발레단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창작작업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국립발레단은 공연계의 꾸준한 이슈인 '컨버전스(융합)'를 새로운 창작 프로젝트의 테마로 삼았다. 발레단 관계자는 "창작발레 작업을 통해 새로운 안무가와 연출가를 배출하는 한편 각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나 제작진을 참여시켜 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레가 가진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컨버댄스(CONVERDANCE)'라는 이름으로 20일부터 이틀간 소개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첫 번째로 현대춤 안무가로 잘 알려진 안성수와 박화경, 그리고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안무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정현옥이 참여했다. 세 사람은 각각 스윙과 디지털음악, 연극적 요소를 발레에 융합시켜 발레의 새로운 장을 탐색한다.

'다시 만난 볼레로'(2000) 이후 11년 만에 국립발레단과 다시 만난 안성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스윙타임'을 통해 춤과 음악의 융합에 특출난 자신의 특기를 발휘한다. 이 작품은 안성수가 냉장고 광고에 나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김연아 선수가 모티프가 된 것으로 흥미를 끈다.

안성수 안무가는 "이 작품은 세계적인 스포츠 영웅을 위한 오마주라고 봐도 좋다"라고 전하며, "항상 정자세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는 데 익숙해져 있는 발레 무용수들의 중심을 흐트러뜨리고 싶다"며 기대감을 자아낸다.

안성수 안무의 '스윙타임'
박화경 안무가 역시 10년 전 'If Artists?!?(2001)' 이후 오랜만에 국립발레단과 작업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안무가와 무용수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0,1>. 제목부터 디지털적 특성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0과 1이라는 숫자에 대한 박화경의 철학적 고찰의 결과물이다.

기계치인 그가 기계에 대한 거부감을 깨보고자 빌려온 것. 0은 존재하지 않거나 비어있음을 의미하고, 1은 모든 가능성의 종합, 본질, 중심 등을 나타낸다. 그는 "일상에서 오는 삶과 죽음의 상태를 끄기와 켜기, 균형과 불균형의 상태로 해석하며 컴퓨터 소음과 만나는 무대를 시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한편 연극 '베토벤 33가지 변주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정현옥은 'J씨의 사랑이야기'에서 사랑을 주제로 20대, 30대, 40대의 각기 다른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는 "연극의 대사를 춤에 활용한 만큼 연극과 춤의 두 분야가 오히려 음악과 춤보다 동질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번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두산아트센터의 연강홀(600여석)에서 처음 공연하는 시간인 만큼, 발레 무용수들도 그동안 보여준 정형화된 발레에서 벗어나 연기나 음악적 해석,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에 직면한 <컨버댄스>는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정착될 계획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