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미래, 영화으 경계' 포럼관람 형태 바꾸고 제작·배급·홍보 유통방식 변화로 이어져

포럼에서 토론 중인 영화계 내외의 전문가들
"우리 심심한데 영화나 볼까?", "요새 어떤 영화가 재밌나."

극장 근처에서 망설이던 사람들은 이제 버스에서, 공원 벤치에서, 커피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관객들이 평론가나 들의 평에 좌우되지 않은 지는 오래 됐다. SNS에 접속해 시사회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만 살피면 되기 때문이다.

영화소비의 행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지금, 영화계의 걱정도 같은 곳에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영화의 정보 습득과 선택의 과정도 바뀌고 있고, 무엇보다 관람 방식의 변화가 영화산업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의석)는 5월 한 달 동안 '영화의 미래, 영화의 경계'라는 타이틀로 영화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영화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포럼에 참가한 영화계 안팎의 전문가들에게 전망을 들어봤다.

뉴미디어 시대의 관객 요구 예측해야

트위터 마케팅 효과를 노린 '굿모닝 에브리원' 트위터
영화진흥위원회가 얼마 전 발표한 '영화소비자조사'(2010)는 지난 5년 동안 영화 선택과 장르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여준다. 극장 앞에서 여러 편 중 하나를 고르던 소비자들은 이제 인터넷 등을 통해 영화의 정보를 찾아 고른 후(56.1%) 극장에서 표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보는 장르도 코미디와 멜로/로맨스에서 최근에는 스케일이 큰 액션, SF, 판타지 장르들을 관람하려는 경향이 높아졌다(64.7%). 지난해 3D영화의 돌풍을 일으킨 '아바타' 이후 절반 이상(56.1%)의 관객들이 3D영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승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이런 변화의 중심에 뉴미디어의 출현과 그에 따른 관객들의 능동적인 변화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작년을 기점으로 영화는 관객들의 입과 사이버 상에서만 회자되는 것이 아니라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상에서 회자되기 시작했고, 이 장이 영화관객을 주체로 한 정보 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는 신문, 잡지 등의 올드 미디어가 정보 확산의 주체였다면, 지금은 관객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추천의 구조도 평론가 집단에서 관객들의 소셜 네트워크로 옮겨져 왔다. 이전보다 훨씬 능동적이 된 관객들의 변화는 영화의 흥행과 마케팅의 방향에도 주요한 변수가 됐다.

'이끼'의 마케팅을 맡았던 이노기획은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트워터 사용자들에게 시사권을 주는 '손소문' 마케팅 전략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영화 관람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바타'
강승구 교수는 스마트TV의 등장도 영화콘텐츠 소비의 행태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영화관람 행태를 바꾸고, 영화의 제작, 배급, 홍보 및 유통방식을 변화시키며, 영화 콘텐츠의 형식과 미학적으로도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

강 교수는 "모바일 미디어의 스마트화는 관객들의 스마트화로 직결되고 있다"고 정리하며 "영화관계자들이 이런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하면 이에 대한 미래 예측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관에서 볼 만한 영화 고민하기

하지만 전자책이 나오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버리지 않듯, 영화 관람은 '극장에서 볼 때 제맛'이라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소비 공간이 무한확장되고 새롭게 도입되는 플랫폼들이 킬러콘텐츠로 영화를 다투어 제공하는 시대에도, 이벤트로서의 영화 관람은 여전히 영화 소비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영화 자체를 보러가기도 하지만, 소위 '극장 구경(movie-going)'을 가는 측면도 크다는 것이다.

대개 주말에 시내로 이동한 뒤 영화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영화를 보고, 다시 나와 저녁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집으로 되돌아온다. 김영주 연구위원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그 자체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영화계의 걱정인,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영화 소비가 가져올 위험도 그의 조사 결과 기우인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끈다. 김 연구위원은 "P2P 영화파일공유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화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영화 다운로드 이용 후 극장 관람 횟수에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75%가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고 말한다.

이는 영화관 이외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이고 개인화된 영화 소비가 영화관에서의 관람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 소비상품으로서 영화의 가치란 '극장 요금을 지불하고 볼 만한 영화인지 아닌지'에 있다고 규정한다. 영화관에서 보아야 할 영화들과 영화관에서 보면 돈 아까울 것 같은 영화들을 구분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벤트로서의 영화 관람의 성공을 위해서는 영화관에서 볼 만한 영화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편 장르 안에서의 관객들의 변화를 연구한 광고대행사 데이브컴퍼니의 강연화 부장은 항상 강세였던 코미디나 멜로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객의 선호 장르가 영화의 흥행을 이끄는 게 아니라 영화의 흥행에 따라 관객의 선호 장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흥행에 실패한 장르는 이후 개봉 편수가 줄어 선호를 유지시키지 못했고, 흥행에 성공한 장르는 이후 장르 선호를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게 개봉편수가 유지, 상승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관객이 좋아하는 장르인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는 앞으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흥행 시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화와 한국영화 모두 꾸준히 제작되는 액션에 비해 여성관객이 선호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주로 외화 중심으로 개봉되고 있다.

강 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영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작된다면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