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작가 한성희의 숲은 판화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판화라고 말하기에는 세밀한 이미지와 풍부한 색감은 판화의 의미를 잠시 잊게 만든다.

세필 붓으로 그렸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법 하게 새치름한 잎사귀나 힘 있는 가지들은 나무의 정기를 그대로 뿜어내고, 이런 나무들의 이미지가 모인 그림들은 숲의 그림자처럼 아련한 빛을 풍긴다.

판화 1세대로서 십 수 년간 판화를 고집해오면서도, 차별화된 작업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판화에 접목해왔다. 83년부터 93년까지 5회의 개인전에서 동판화 작업을 이어갔으며, 96년부터는 석판화, 엠보싱 기법과 꼴라그라프를 병치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에디션 판화의 특성을 지양하고, 모노프린트를 선택하여 기본의 판화와 맥을 달리했다.

푸른빛과 붉은 빛의 만남과 그 앞에 그림자처럼 어두운 빛으로 선 나무는 그 뭉근한 색채를 뒤로 하고, 어떤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 긴장감은, 작가가 전통적 판화 기법에 저항하며 만든 새로운 기법과 또 다시 충돌하여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35년간 전문 판화가로서의 외길을 걸으며 우리에게 숱한 대화를 걸어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긴장을 만들어낼까. 전은 5월 12일부터 5월 26일까지 루미안 갤러리에서 열린다. 02)540-371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