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섬'
호랑이의 몸은 다시 작은 정자의 밑받침이 되고, 이는 뭉근한 붓질로 이어져 다시 나무 아래 토양이 된다. 전시의 제목처럼, '비정형의 얼룩으로부터 파생된' 이 오브제들은 바깥의 여백과 만나 평화로운 꿈의 이미지를 갖춘다.

평론가 고충환은 으로 치환되는 작가 송태화의 작업을 보고 "그림에서 화면의 가장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허허로운 여백은 그대로 내면의 바다 혹은 무의식의 바다를 형용하는 것 같고, 화면의 가운데 조성된 얼룩은 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이라고 표현했다.

작가의 그림은 얼룩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동물의 형상을 닮은 얼룩을 그려 놓고, 그 얼룩을 보며 떠오르는 '이상향', '유사낙원'의 이미지를 그림 위에 덧붙인다.

대부분 늙은 소나무, 호랑이, 잉어, 용, 연꽃처럼 민화적 특성을 가진 오브제들인데, 이러한 오브제들의 만남은 각자의 오브제가 지닌 특성의 만남과 같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들이 한데 모인 연작들은 민화의 모티프를 모두 차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하나의 그림에서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기법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작가의 작업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얼룩을 시작으로, 콜라그래프나 동판화, 목판화 기법 등이 사용된다.

이 중 두드러지는 것이 콜라그래프 작업인데, 작가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 오브제들은 일상의 풍경과 작가의 얼룩을 융합하게 만들고, 이는 새로운 세계, 이상향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5월 25일부터 5월 30일까지.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