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음악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벤게로프, 젊은 거장 야블론스키 등 내한

러시아가 낳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는 어깨와 팔 상태가 좋지 않아, 2008년부터 바이올린 활 대신 지휘봉을 들어왔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어깨 건강이 회복해 최근에는 지휘와 바이올린 연주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지휘자로 전향한 이후 처음으로 서울바로크합주단의 4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막심 벤게로프. 그동안 단련한 지휘 실력과 빼어난 바이올린 연주를 한 무대에서 선보였다. 다시는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청중들이 더욱 감동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달 30일, 그의 지휘와 바이올린 연주를 다시금 만날 수 있다. 제3회 서울국제음악제(SIMF)의 폐막공연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조련해온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이 무대에서 벤게로프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재기 넘치는 명곡 '세헤라자데'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특히 바흐의 곡은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함께 한다.

음악을 통한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재작년 출범해 올해로 3회를 맞은 SIMF에는 올해도 세계적인 스타들의 내한이 돋보인다. 지난 15일에 시작된 음악제는 오는 30일까지, 7차례 공연한다.

막심 벤게로프(좌), 피터 야블론스키(우)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클래식계 슈퍼스타, 미샤 마이스키가 지난 5월 15일,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바이올리니스트 아들 사샤와 한 무대에 서면서, 가족과 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간의 소원을 풀었다.

22일에는 에두아르드 그라치가 이끄는 모스코비아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어졌다. 러시아의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그라치가 모스크바 음악원 출신의 현악 연주자들과 함께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이번 공연이 1990년에 결성한 모스코비아 챔버 오케스트라의 한국 데뷔 무대였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이 남아있다.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스웨덴 태생의 피터 야블론스키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002년 그라모폰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빼어난 테크닉에 대중성까지 겸비한 스타 피아니스트다.

10대 초반엔 천부적인 재즈 피아노와 드럼 연주로 재즈 신의 신동으로 떠올랐던 그는 클래식 피아노로 전향한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백발의 클래식계 거장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던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유럽과 미국 근현대의 레퍼토리를 골고루 들려준다.

27일과 29일,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회가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각각 중국계 호주 첼리스트 리웨이퀸과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듀오 무대와 윤소영의 바이올린과 케이 이토의 피아노의 듀오 연주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베토벤부터 프로코피에프, 피아졸라, 비냐프스키 등 시대를 넘나드는 레퍼토리가 기대를 모은다.

'음악을 통한 국제 문화 교류의 장'이라는 SIMF의 성격이 드러나는 '한국과 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음악회'가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그리고 호주의 리웨이퀸, 이안 먼로, 주느비에브 라이시 등이 국내외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이스라엘의 마에스트로, 아리엘 주커만이 객원 지휘를 맡는다.

막심 벤게로프의 지휘와 바이올린 연주로 화려한 막을 내리는 서울 국제 음악제는 매년 수교 국가와 기념 음악회를 꾸준히 기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수교 120주년을 맞는 오스트리아와의 기념 음악회로, 오스트리아 출신 거장 아티스트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