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음악회 등 색다른 오감 만족

음중미담 전에 전시된 김덕기의 '봄의 노래'
미술도 좋고 음악도 좋다. 미술과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일은 오감을 만족시킨다. 한 시대를 공유한 미술과 음악은 서로에 대한 재해석이다. 감동과 이해는 경험이 넓어질수록 커진다. 미술과 음악이 공존하고 넘나드는 곳들을 소개한다.

피아노가 있는 갤러리, 갤러리 에뽀끄

지난 19일 개관한 갤러리 에뽀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미술과 음악을 함께 '전시'하겠다는 의도다. 공연은 구색 맞추기용 행사가 아니다. 전시 주제에 맞춰 마련된 공연은 미술의 연장이자, 미술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개관 기념전 '음중미담音中美談'에서는 한국 중진작가 7명의 미술 작품과 멘델스존, 슈만, 슈베르트의 음악이 만났다. 금동원, 김덕기, 이이남 작가의 작품은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와 이어진다.

꽃이 만발한 풍경,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그림들이 생동감 있는 선율을 품고 있다. 경쾌한 구성이 펼쳐지는 김섭, 정일 작가의 작품은 슈만의 '즐거운 농부'와 짝이다. 송어들이 노니는 모습을 그린 석철주 작가의 작품과 일상다반사를 담은 황주리 작가의 작품은 슈베르트의 '송어'를 화폭에 옮긴 것이다. 개관에 맞춰 바리톤 김동규의 공연 '5월의 멋진 날'도 열렸다.

갤러리 에뽀끄에서는 '음중미담' 전을 시작으로 '클래식 뮤직아트 시리즈'가 진행된다. 미술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확산시킨다는 취지다. 갤러리 에뽀끄는 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다. www.galleryepoque.com 02-747-2075.

미술과 음악의 접점을 찾아, 경기도미술관의 '미술이 음악을 만났을 때'

스크린에 바로크 거장 루벤스의 그림이 영사되는 가운데, 당대 작곡가 헨델의 음악이 연주된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은 재즈 선율과 어우러진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 5월13일부터 7월22일까지 격주 금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음악회 '미술이 음악을 만났을 때'의 광경이다. 주제는 '재즈와 클래식으로 만나는 음악과 미술 이야기'. 역사 속 한 시대를 공유한 미술과 음악, 현대 영화에 삽입된 재즈 음악, 고전을 재해석한 미술과 음악 등 다양한 소주제로 두 장르의 접점을 찾는다.

20세기 전반 미국의 모더니즘 미술과 음악을 비교하고,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재해석한 음악과 다빈치와 타치아노를 재해석한 미술을 잇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시네마 천국'의 명장면과 삽입곡 '문 리버', '시네마 천국'을 다시 보고 듣는 등의 알차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재즈 밴드 프렐류드, 클래식 연주 단체 카메라타 안티콰와 부천 스트링퀸텟 등이 해설과 연주를 맡았다.

미술과 암악의 접점을 찾아, 경기도미술관
'미술이 음악을 만났을 때'는 경기도미술관이 야간 개관을 시작하며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홈페이지(www.gmoma.or.kr)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이메일 접수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031-481-7000.

경계를 넘는 예술 실험, 비하이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비하이브는 새로운 미술과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낮에는 갤러리와 카페가, 밤에는 공연장과 바가 문을 연다. 전시 작품과 음악에서도 통념을 깨뜨리고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성이 돋보인다.

지난 3월 열린 개관전의 제목은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갤러리에, 카페에, 공연장에 국한되지 않는 이 공간의 성격에 대해 누군가가 "Nobody Knows"라고 표현한 것이 그대로 전시 주제가 됐다.

노재운, 박주연, 안정주, 송상희, 플라잉시티 등 다섯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이 선보인 이 전시는 비하이브의 지향을 드러낸다. 비디오 아트, 실험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무빙 이미지'가 주 메뉴다.

공연은 전자음악이 중심이다. 4월에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락 음악을 영상과 접목시킨 김호준 작가의 프로젝트 롤 스파이크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5월에는 일렉트로닉 팝 밴드 트램폴린의 공연이 열렸으며, 6월에는 랩톱 컴퓨터, 채소, 소형 악기, 마이크 등 일상적 물건을 활용한 박주원의 전자음악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다. artbehive.com 02-3446-3713~4.


비하이브에서 열린 롤 스파이크의 공연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