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경계 넓히려는 금천예술공장 2기 입주 작가들 기획전

에비게일 콜린스
현대사의 지층이자 삶의 현장인 도시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주제다.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 도시의 사회학적 상상력' 전은 서울의 지층과 현장에서 건져올린 작업으로 가득하다. 도시를 다시 읽고, 미술의 경계를 삶 속으로 넓히려는 금천예술공장 2기 입주작가들의 기획전이다.

도시의 지층에서 발굴한 역사와 개인

70년대 '국민학교' 상장, 80년대 대학 학생증, 결혼 전 아끼던 소품과 결혼 후 딴 자격증... 임흥순 작가는 8명 주부들의 수집품을 모아 '사적인 박물관'을 차렸다. 특별할 것 없는 물건들이지만, 특별할 것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이다. 이 '유물'들은 특정 세대의 보편적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각인되는지 증명하고 있다.

미국 작가 는 주한미군 기지들을 탐구했다. 군인을 인터뷰하고 시설물을 기록했다. 그 결과는 특정 집단이 이질적 사회에 이주, 정착할 때 기존 공간,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상징적 단면이다.

임흥순 '사적인 박물관'
길 찾기, 도시인의 숙명적 일과

복합적인 지리는 도시의 숙명과도 같다. 거미줄 같은 길들, 지하로부터 까마득한 공중까지의 높낮이를 통과하는 것은 도시인의 일과다.

프랑스 작가 는 지리는 곧 도시의 인상이고, 지도는 곧 도시의 문화라는 생각으로 지도 그리기 작업을 해 왔다. 그가 선보이는 서울 지도는 "역사가 살아 있는 풍경화"이자 "셀 수 없는 연결과 구성 속의 한 가능성"이다. 금천예술공장 주변 독산동, 가리봉동 지도는 직접 다니며 체험한 결과물. 실재와 해석이 뒤얽혀 있다.

이병수 작가는 길 찾기의 실용적 관습을 살짝 구도의 과정으로 바꾸어 놓는다. 내비게이션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넣고 찾아낸 서울 곳곳의 상호들을 방문하는 작업을 했다.

'희망세탁소', '희망주점', '도서출판 희망'으로 이어지는 '희망찾기'는 마치 파랑새를 찾는 여정 같다. "희망을 생각하기에는 개인의 삶이 가혹한 것 아닐까"라는 질문으로 떠난 작가는 그래도 아직 희망을 잊지 않은 장소와 사람들에게 수건을 선물했다. 추울 때 덮거나 땀나면 닦으라는 의미다.

줄리앙 코와네
도시의 삶 속으로 들어간 미술

사실 금천예술공장 자체가 도시의 질서를 비트는 시도다. 인쇄공장이었던 곳을 작가들이 거주하고 작업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곳에선 지금껏 미술과 지역 간 소통을 촉진하려는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됐다.

'이 도시의 사회학적 상상력'전 오프닝으로는 김정옥 작가의 '한 공장 한 그림 증정식'이 마련됐다. 작가는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한 후 주변 공장 14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을 각각의 공장에 기증했다.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안의 삶을 이해한다는 뜻이고,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한 미술은 도시의 관계를 다시 구성해보자는 제안이다.

'이 도시의 사회학적 상상력' 전은 6월 8일까지 열린다. 02-807-4800

이병수 '희망찾기'

김정옥 '한 공장 한 그림'
베로니크 포치, 아틸리오 토노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