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마지막 앙코르 곡 14명 연주자 모두 나와 연주하는 장관 연출

5월의 클래식 무대를 수놓았던 제6회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SSF)가 화려한 폐막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5월 10일부터 22일까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에서 펼쳐진 축제는 봄날의 꽃내음 마냥 실내악의 매력이 관객들에게 전해지기에 충분했다.

짧지 않은 축제인 만큼 수정되고 변경된 부분도 있었지만 숙련된 아티스트들의 안정된 연주와 매끄러운 진행으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축제였다. 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들이 등장해 공연의 분위기와 레퍼토리를 전하기로 했던 계획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까,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연주가 아닌 무대매너와 목소리로 관객과 대화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김영호, 유영욱, 첼리스트 조영창, 비올리스트 최은식을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재치 있고 개성 있게 공연을 소개했다. 조리 있게 공연을 소개하거나 쑥스러운 미소를 전하기도 하면서 공연 전 관객들과의 거리 좁히기에도 성공했다.

개막 공연에 이어 5월 12일에 열린 <다섯 에센스>는 피아노부터 현악기, 목관 악기가 어우러져 5중주의 절묘한 화음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이날부터 SSF의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강동석과 첼리스트 조영창과 양성원, 피아니스트 김영호, 유영욱 등은 단골 연주자로 등장해, SSF의 전반적인 공연의 퀄리티를 유지해주었다.

<합스부르크 제국>(5월 14일)에는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유영욱의 모습에 관객들의 호응이 컸다.

이 모습은 이틀 후 열린 <리스트 매니아>에서도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이대욱과 바이올린 배익환, 첼로 양성원 등 국내외 연주자들의 하모니가 돋보인 마르티누의 재즈 모음곡 '주방장의 음미'의 연주에서도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같은 날 저녁에는 국립발레단의 발레와 실내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무대가 펼쳐졌다. <음악, 무용 그리고 피아니스트들>이 열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객석은 3층까지 가득 차 관객들로 열기는 더 뜨거웠다. 가족 관객들이 많아 SSF가 비단 특정 클래식 애호가들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봄'에서는 발레리나 김주원의 탱고가 카리스마와 아름다움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에서 국립발레단의 코믹하고 신나는 칼춤의 향연으로 객석은 유쾌함으로 가득 찼다.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리스트 매니아>(5월 16일)와 브람스의 우아한 실내악을 선별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5월 18일)는 각 작곡가의 매니아들을 불러들였다.

<리스트 매니아>에서는 피아노곡뿐 아니라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의 앙상블이 어우러져 리스트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 객석이 가득 찼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가 열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던 자리였다.

현대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 피아노는 이번 SSF의 이슈 중 하나였다. 국내에 2~3대에 불과한 포르테 피아노를 SSF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었지만 조율이 되지 않아, <건반의 변주> 공연 당일 불발되었다.

22일 저녁, SSF의 폐막공연 <열정>에서는 제목 그대로 모든 연주자가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의 SSF의 마지막 앵콜 곡은 14명의 연주자들이 모두 나와 3곡의 연달아 연주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긴 축제 기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빛나는 연주를 해준 연주자들과 매끄러운 진행으로 관객을 맞은 사무국에도 박수를 보낸다. 흥미로우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은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의 내년이 벌써 기다려지는 건, 비단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