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던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그리움에 바람을 못 이긴 가수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 이들에게 바람이란 그리움이자 님의 매개체고, 나아가 쓸쓸한 자신이다. 되돌아 부는 바람과 감상이 만나 풍경은 몽환적으로 변하고, 현실은 꿈인 듯 꿈은 현실인 듯 모호하다.

연극 <바람이 분다>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세 명의 이야기는 폭발로 끝을 맺는다. 목적 없이 달리는 차, 역시 뚜렷한 이유 없이 주고받는 이야기들과 나열되는 추억들은 폭발과 동시에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없었던 듯 풍경은 다시 고요하다. 어느 한 편에서, 또 다른 '해미'와 '비인'이 말을 꺼내고 덧없는 인생사를 논할 것처럼.

창단 50년을 넘어선 극단 실험극장이 2011년 선보이는 창작 초연. 연극 <봄날은 간다>와 연극 <서산이 지면은 달 떠온단다>를 썼던 극작가 최창근이 극본을 맡고, 연극 <기묘여행>을 연출했던 연출가 류주연이 극을 이끈다.

연극 <바람이 분다>는 "내면의 아픔을 밖으로 승화시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연극으로 관객들에게 서서히 스며들고자 한다"며 극 중 해미와 비인의 대화를 통해 상처와 관계를 보듬는 '진정한 관계'를 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승훈, 최광일, 조윤미 출연. 6월 10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02)889-3561~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