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서 이제 '러브'는 식상한 주제다. 꼬이고 꼬인 삼각, 혹은 사각의 관계 속에서 속고 속이는 연인들. 현실 속 흔히 보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종 막장 드라마가 한바탕 휩쓸고 간 극장계에는 더 이상 신선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산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면? 사랑을 이어주는 큐피드가 대학로의 무대로 내려왔다.

그리스 신화 속 큐피드의 실수는 역사를 판가름한다. 잘못 쏜 화살 탓에 엇갈린 운명을 맞은 여러 커플을 뒤로 하고, 100%의 적중률을 자랑하는 한국판 큐피드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연애관리부' 팀장 천사 민은 신입 천사들을 통솔해 인간 세상의 사람들을 연인으로 이어주는 임무를 맡았다. 남녀사이,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싹트면 그들을 도와 결혼에 이르게 하고, 그들에게 꼭 맞는 영혼을 찾아 아기를 내려주는 그들. 의도와는 달리 이어지는 인연들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군대, 취집, SNS 사랑 등 전통적 레퍼토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랑 방식들이 3개의 파트로 나누어 펼쳐진다. 각본과 음악, 연출을 박운 감독이 홀로 맡아 극의 흐름이 흔들리지 않는다. 배우 김태훈, 김종일, 민정기 등 8명이 출연한다. 사랑의 천사들, 관객들의 사랑도 얻을 수 있을까.

6월 3일 8월 31일까지. 대학로 르메이에르 소극장. 1566-702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