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 4월까지 건물의 천장을 응시하는 컬러 사진 39점을 찍어 사진집 <높은곳-카타콤베>를 냈던 작가 장수선이 동명의 제목으로 사진전을 연다.

산 위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꼭지를 따라갔던 작가의 '바벨' 시리즈와 연장선상에 놓인 '카타콤베' 시리즈를 선보이는 것.

얼핏 이젤 속 콜라주 작품이나 이국적인 벽화를 연상시키는 천장 사진들은 '낮은 지대의 모퉁이(카타콤베)'라는 이름을 달고 걸렸다.

본래 카타콤베란 서기 3세기 경 박해 받았던 기독교인들이 몰래 종교 활동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지하 감옥을 일컫는 말. 시대가 바뀌고 권력자가 교체되는 순간마다 형태만 다른 '카타콤'들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주거형태의 변화로 몰락하게 된 빌라와 단독주택들을 또 다른 카타콤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가장 높은 곳인 천장을 찍어 당시 주거자들의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고자 했다.

화려하지만 엇비슷한 천장 장식들은 억압된 개인의 자유 표출이자, 사회 굴종적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전시를 보고 나온 후 한동안은 그동안 못 보았던 천장을 살피느라 고개가 아플 것이다.

고개가 아픈 만큼 들여다 본 천장에서 시대의 뒷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다른 곳이 넌지시 아파올 테다. 전시는 6월 8일부터 6월 13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02)734-13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