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흐르다'
여태까지의 역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함으로서 이루어졌고, 아마 영영 역사는 그렇게 꾸려질 것이다.

작은 사물에 대한 욕망으로도 쉬이 타오르는 인간의 마음, '낙원'이자 '가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욕망은 어떤 것과도 대치되지 못할 만큼 강력하다. 따라서 인간은 숙명적으로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런데 이 숙명의 욕망은 어처구니없게도, 끝없는 순수와 벽 없이 맞닿는다.

작가 한상미의 천진한 낙원은 욕망을 드러내기보다, 어린 날에 대한 향수나 이상향에 대한 순수한 갈망을 보여준다. 뽀얗게 드리워진 연두색의 배경에 꿈처럼 떠 있는 나무들은 샤갈의 '산책'을 연상시키고, 그 아래 펼쳐진 초원이나 색동의 조형물들은 아동기의 안락함을 대변한다.

평론가 김진섭은 철학자 미셸 푸코의 말을 들어 작가 한상미의 작업을 '헤테로토피아'적 세계로 불렀는데, 이는 인간 세계와 이상향의 중간 지점에 놓인 '부유하는 공간' 이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했던 태초의 세계 '에덴동산'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작가 개인의 가족사와 유아교육과를 졸업했던 경력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새로운 접근이자, 작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낸 태초의 동산. <머물다 흐르다> 전은 작가 한상미의 안식처를 둘러보며, 개개인의 태초 세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6월 8일부터 6월 14일. 갤러리 토포하우스. 02)722-988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