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놀기 시리즈G'
하얀 얼굴을 드러내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소녀, 혹은 소녀들의 얼굴을 마주한다.

이 백지의 소녀들은 '소녀'가 가지는 특징적 이미지들을 뜯어냈지만, 원피스와 꽃잎 등의 여성적 오브제와 만나 다시 한없이 소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익명의 소녀들은 나이고 너이자 우리이고, 그래서 소녀들의 미묘한 시선은 선뜩한 감상을 남긴다.

작가 홍수정의 소녀들은 보통 '혼자 논다.' 여러 소녀들의 얼굴이 연속적으로 펼쳐진 작품 'me, me, me'로도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 많은 소녀들의 얼굴은 결국 나이고, 나이고, 나이므로. 이 외로운 소녀들은 파스텔 톤의 여린 빛과 어울려 가만히 멈추어있다. 소녀의 생기발랄함, 성적인 발칙함은 저 뒤편으로 배제된 채. 발을 휘감은 잔뿌리는 소녀의 뒤를 돌아 배경 구석구석에 닿는다.

소녀들은 불안하다. 여기가 제 인생의 시작인지, 중간인지, 중간이라면 자신의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도무지 모르는 소녀들은 '오필리아'와 '붉은 당신' 사이에서 갈등한다.

불행히도 갈등을 끝내고 프레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길고 긴 머리카락이자 엉킨 뿌리로 보이는 가는 선들의 배치로, 삭제된다. 평론가 이선영은 작가 홍수정의 소녀들이 "능동적이고 수동적이며, 주체이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백색의 소녀들, 불안한 나르시시즘, 혼자 놀기의 정수. 어느 경계선에 서서 뚜렷함을 잃은 모든 사람들, 소녀들과 '함께 놀아야' 하지 않을까.

6월 8일부터 6월 19일까지.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무지개갤러리. 02)710-928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