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그리움과 낭만' 전빛 매개로 한 김성호 작가, 자연풍광 중시 이승대 작가 한 자리에

김성호, '새벽-을지로', Oil on canvas, 2011
김성호 작가의 빛은 간혹 아득하고, 때론 도시의 내부를 훤히 비추듯 강렬하다. 분명한 것은 빛이 머무는 자리는 삶이 일상을 이루는 곳이다. 그는 빛을 매개로 세상을 본다. 특히 도시에 대한 그의 빛은 예민하고 날카롭다. 그의 빛은 어둠 속에서 더 존재성을 띤다.

반면 이승대 작가는 도시와는 거리가 있는 자연 풍광을 중시한다. 대상도 빛이 가르는 밤과 낮이 아니라 주로 사계절이다. 작업 방식도 수묵화를 기본으로 한다.

일견 대비되는 두 작가가 한 자리에서 전시를 한다. 독특한 시선으로 도시를 담아낸 <도시, 그리움과 낭만>전으로, 5월 25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울 용산동 비컨갤러리와 소공동 롯데호텔갤러리 두 곳에서 열린다.

김성호는 어둠으로 가려진 도시, 바다, 농촌의 밤과 새벽, 낮과 밤이 만나는 경계선상의 시간대를 천착한다. 특히 어둠에 가려진 도시의 이면들을 주요 모티프로 삼는다.

전등빛으로 휘황한 밤거리, 소음과 공해와 번잡함이 어둠 속에 묻히고 불빛만 희뿌옇게 비치는 적막함이 가득한 화면은 무심코 지나치거나 미처 보지 못했던 도시의 내면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승대, '풍경-11-34', 한지에 수묵채색, 2011
그의 빛은 현대 도시의 추한 자화상을 비추지만,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을 통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느낌들을 긍정적이고 서정적으로 환치시킨다. 또한 그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환한 불빛은 현실의 각박함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머니의 품 같은 따스한 감성을 유발한다.

이승대는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던 삶의 모습을 산기슭의 어렴풋이 보이는 마을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또다른 도시를 만들어 낸다.

"예전에 '회색도시 시리즈'를 작업할 때는 지금과는 달리 거칠고 차가운 도시를 그렸는데 따뜻한 도시의 풍경을 그리고 싶어지면서 지금의 농촌 도시의 풍경을 담은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의 작품은 전통 수묵채색을 기본으로 하면서 색채는 보다 화려하고, 반대로 화면구성은 보다 단순하다. 그는 수묵과 채색의 전통적 방식을 극복, 새로운 표현기법을 모색해왔는데 수묵담채로 사실적으로 그려진 집의 형상들과, 이와 상반되게 색면 덩어리로 묘사된 나뭇가지와 잎들은 그러한 노력을 말해준다.

이에대해 서기문 미술평론가는 "자연과 추상, 구상과 비구상, 전통과 모더니즘 등 전혀 이질적인 두 요소가 그의 작품에서는 어떤 거부감도 없이 잘 섞여 녹아있다"고 평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농촌 풍경들을 주제로 그 만의 도심 풍경을 만들어 낸다.

두 작가의 일상의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의 특출한 표현 기법을 통해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감사와, 자연을 통한 관조의 세계로 안내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