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남 조각전]누각, 장 등 한국적 요소 가미, 도시인의 향수 자극

'향(鄕)-그곳에 가면', 오석, 2011
삶의 여정이 늘 순탄한 것은 아니다. 보통의, 서민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그 중 가장 부대낌이 심한 것은 삶의 터전일 것이다.

오늘날 대다수 현대인들은 도시에서, 집이라는 기본적인 삶의 공간을 이루며 경쟁적으로 살아간다. 도시인의 상당수는 '꿈'을 좇아 고향을 떠난 이들이다. 삶의 터전은 자주 불안하고, 그럴수록 든든한 집을 갈구하고, 마음의 고향을 그리워한다.

권창남의 조각은 우리네 삶과 밀착돼 있다. 조각언어 또한 지나치게 관념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그래서 그의 조각은 메시지가 구체적이고 정감이 간다. 또한 회화성이 강한 특징을 지닌다.

독특한 조각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권창남 조각가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6월 8~18일 열린다. 전시 키워드는 '고향(鄕)'이다. 이전 '집'을 주제로 한 전시들과는 차이를 보이면서도 삶의 공간과 연계된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앞서 '집' 조각들은 집을 마련하고 싶은 소박한 꿈에서부터 전통 기와집과 콘크리트 빌딩이 대비되는 '불안한 경계'들까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주었다.

'향(鄕)-기다림', 대리석, 2011
이번 '고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누구나 한번은 봤음직한 시골 풍경과 장, 다듬이돌 등 우리의 옛 물건을 소재로 한 것들이 다수를 이룬다. 특히 전통 '누각'이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등 한국적 요소들이 강하게 묻어난다.

권 작가는 "여러 이질적 요소들을 함께 배치하고 회화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서 "우리 것을 갖고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고향에서 모티프를 얻은 산천의 실루엣을 표현한 것이나 여성성을 나타내는 다듬이돌, 장 위에 남성성을 상징하는 누각이 작게 들어서 조화를 이룬 것, 바위벽의 부처상 등이 그러하다.

명품백 위의 누각과 (돈)궤 위의 누각은 여성들의 명품에 대한 욕망과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서민의 꿈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장 위 화병에 활짝 핀 꽃 위의 누각 역시 집에 대한 욕망, 부자가 되고 싶은 일반의 꿈을 나타낸다.

이는 고향을 떠난 이들의 꿈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 작가가 '집'에서 '고향'으로 변화한 것은 고향이 도시의 찌든 삶을 위무해주고, 편안한 휴식처 같은 향수를 제공하는 점을 주목한 데 따른 것이다.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도시의 경쟁적 삶에서 한발작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고, 혹은 옛 추억과 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고향을 통해 스스로 정화의 계기를 삼아보라는 권유이다.

그래서일까 권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살포시 미소가 인다. 이는 시공간적으로 '집'이 편치 않은 현재를 반영하는 반면, '고향'은 거기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권 작가는 말한다. "전에는 내가 돌을 다듬었지만 전시를 거듭할수록 돌이 나를 다듬어 간다. 나는 돌에서 그리고 돌은 내게서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채우고 나눈다."

아직도 돌 안에 잠든 많은 꿈들을 캐내고 싶다는 그에게 조각들은 이미 꿈을 전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