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안은미'
익숙한 사람에게서 낯선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사람이 익히 지어왔던 표정의 스펙트럼이나 익숙한 포즈를 벗어나는 순간이다.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는 간 데 없이 새치름한 소녀처럼 카메라 앞에 선 이는 무용가 안은미고, 코믹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노장의 원숙함을 자랑한 배우 이순재는 뜨거운 눈빛으로 이쪽을 응시한다. 가수 인순이의 얼굴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대신 발라드가 연상된다.

작가 김문정의 'The Portrait'에서는 익히 알려진 명사 20인의 사진을 소개한다. 무용가 안은미, 배우 이순재, 가수 인순이와 더불어 배우 김혜자와 디자이너 이상봉 등이다.

작가는 이들의 뒤편에 숨어있던 다른 매력을 포착함과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다. 디자이너 이상봉의 앞뒤로 배치된 소품들은 디자이너의 작품관을 드러내고, 작곡가 진은숙은 악보를 들고 악상기호가 프린트된 재킷을 입었다.

사진학을 전공하고 광고 기획자로 일하다가 잡지사로 노선을 바꿨던 작가는 그렇기에 인물 내면의 또 다른 면을 영리하게 캐치한다. 10여 년간 모아온 작품 중 작가가 선정한 20점이 대표 작품으로 소개된다. 수익금 전액은 시각 장애인을 위해 쓰일 예정.

평론가 최유리는 작가 김문정에 대해 "인물과 대중이 포트레이트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자"라고 평했다. 6월 16일부터 6월 29일까지. 갤러리 이마주. 02)557-195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