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무수한 생명의 모태이자 무한한 공간인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따라서 그저 조용히, 바다의 색을 제시하고 그 안에 있을 무수한 꿈틀거림을 넌지시 알려주는 쪽이 우아하다.

작가 신미혜의 <바다, E/SCAPE> 전은 바다 풍경을 별다른 장치 없이 제시하고, 관람객이 작업을 보며 스스로 바다의 의미를 떠올리도록 유도한다.

평론가 김영옥은 '남성들이 그린 바다 이미지' 속의 공통분모인 '격양, 위용, 용맹' 등을 지적하며 작가 신미혜의 다른 시선을 '특별한 양식'이라고 밝힌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를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는 무의미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유가치하다는 것.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을 바다의 표면과 색채는 관람객을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이끌고, 작가 신미혜의 '바다 시리즈'는 이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바다의 무한함'을 개념적으로 느끼고 있는 관람객이라도, 바다의 색을 물으면 '푸른 빛'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작가 신미혜의 바다 사진은 때로 붉고, 까맣고, 보랏빛이 돌다가, 푸른 빛으로 회귀하기도 한다.

이 색채 속에서 바다는 무수한 이야기를 품게 되고, "침묵과 속삭임 사이의 무수한 겹침"을 보여준다. 바다의 모습과 꼭 닮은 '병 작업'들도 감상할 수 있다. 6월 3일부터 7월 6일까지. 트렁크 갤러리.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